책담화冊談話 | 옥스퍼드 세계사 1-1 ─ 세계사 읽기의 목적과 방법, 제1부와 제2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2025.02.05 🎤 옥스퍼드 세계사 1-1

1강: 세계사 읽기의 목적과 방법, 제1부와 제2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일시: 2025. 2. 5.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048
참고자료: Abraham Lincoln, The Gettysburg Address(Bliss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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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우드러프의 《최초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7가지 이념
1.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eleutheria)
2. 조화(harmonia)
3. 법(nomos)에 따른 통치
4. 본성(physis)에 따른 자연적 평등
5. 시민 지혜(euboulia, good judgement)
6.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antikeimenoi logoi, 반대논의)
7. 교양교육(paideia)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 《교육목표분류학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평가(evaluation)
종합(synthesis)
분석(analysis)
적용(application)
이해(understanding)
지식(knowledge)
 ↑ 정확한 지식이 주어져 있는 경우, 그 지식들을 모아서 상위上位의 체계로 구축하는 것

The Gettysburg Address(Bliss Copy) [선생님 번역]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80하고도 7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자유 속에서 잉태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새로운 나라를 탄 생시켰습니다.] 

Now we are engaged in a great civil war, testing whether that nation, or any nation so conceived and so dedicated, can long endure. We are met on a great battle-field of that war. We have come to dedicate a portion of that field, as a final resting place for those who here gave their lives that that nation might live. It is altogether fitting and proper that we should do this. 
[지금 우리는 거대한 내전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 나라, 또는 그렇게 잉태되고 그렇게 봉헌된 어떤 나라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면서. 우리는 그 전쟁의 거대한 전장戰場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 장소의 일부를 봉헌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나라를 살리기 위해 그들의 생명을 여기에 바친 사람들에게 마지막 안식처가 되게 하려고.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주 마땅하고 적절합니다.] 

But, in a larger sense, we can not dedicate — we can not consecrate — we can not hallow — this ground. The brave men, living and dead, who struggled here, have consecrated it, far above our poor power to add or detract. The world will little note, nor long remember what we say here, but it can never forget what they did here. It is for us the living, rather, to be dedicated here to the unfinished work which they who fought here have thus far so nobly advanced. It is rather for us to be here dedicated to the great task remaining before us — that from these honored dead we take increased devotion to that cause for which they gave the last full measure of devotion — that we here highly resolve that these dead shall not have died in vain — that this nation,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 —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그러나 더 넓은 의미에서, 이 땅을 우리는 봉헌할 수 없으며 — 우리는 축성祝聖할 수 없으며 — 우리는 신성하게 할 수도 — 없습니다.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우리의 빈약한 힘을 훨씬 넘어 여기서 싸웠던, 살아있거나 죽은 용감한 사람들이 이 곳을 축성하였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것을 거의 주목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 기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여기서 했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싸웠던 이들이 그렇게 멀리까지 그처럼 고귀하게 진전시킨 미완의 일에 대해 여기서 봉헌되어야만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살아있는 이들입니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거대한 과업 — 명예롭게 죽은 이들로부터 그들이 마지막까지 온전히 헌신했던 그 대의에 우리가 더많이 헌신해야 한다는 것 — 우리가, 죽은 이들이 결코 헛되이 죽지 않았음을 여기서 굳게 다짐한다는 것 — 이 나라가 신의 가호 아래 새로운 자유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 — 그리고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 — 에 대해 봉헌되어야만 하는 것은 여기서 오히려 우리인 것입니다.] 

Abraham Lincoln
November 19, 1863


이번 학기는 《옥스퍼드 세계사》를 읽는다. 오늘은 첫 시간이니까 이 책의 내용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세계사 공부를 하는 목적과 세계사 공부를 하는 방법을 말하고, 그다음에 제1부와 제2부의 전체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겠다. 1분기에는 세계사 읽기의 목적과 방법, 제1부와 제2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2분기에는 1분기 강의 요약과 2분기 강의 개요를 4월 9일에 먼저 하고, 3분기와 4분기를 할 때는 9월 10일에 2분기 강의 요약과 3분기 강의 개요 이런 식으로 할 것이다. 저는 역사책을 재미삼아서 읽는 게 아니라 전공 삼아서 읽는 사람이다. 역사 책을 읽는 것이 직업이다. 철학의 여러 분야가 있는데, 역사철학을 전공했다. 역사책을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는가 그리고 역사 안에 들어가 있는, 역사책을 여러 사람이 썼지만 예를 들어서 투퀴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어떤 관점에서 썼는가, 이 사람의 의도는 무엇인가, 철학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역사책 밑바탕에 놓여 있는 철학적인 관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전공하는 게 역사 철학이다. 역사철학의 선구자는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이고, 역사철학을 학문으로서 완성시킨 사람은 헤겔이다. 

이번 강의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면 역사책을 잘 읽을 수 있는가, 역사책을 읽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옥스퍼드 세계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찬찬히 읽을 것이다.  그동안 이런 거 저런 거를 다 떠나서 세계사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세계사를 도대체 왜 공부나 해야 하나 라는 의아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좀 버릴 필요가 있다. 《옥스퍼드 세계사》는 2019년에 출간되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저를 비롯한 100명 정도 되는 사람에게 21세기에 들어서서 출간된 책 중에 좋은 책 10권을 골라보라고 했다. 10권을 보내면서 그중에 한 권만 뽑아보라고 했을 때 이 책을 뽑았는데, 그만큼 좋은 책이다. 원서가 2019년에 나왔는데,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1999년에 나온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를 표준 교과서로 썼다. 그러니까 20년의 기간 차이가 있다. 예전에 2011년에 「역사 고전 강의」를 강의할 때만 해도 이 책을 추천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가 표준 교과서였다.  그다음으로는 작년까지도 여러 차례 말했는데,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그만 읽으라고 했다. 역사책들은 지금 시효가 다 했나 안 했나에 대한 의문을 꼭 가질 필요가 있다.  시효가 다한 것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역사철학 영역에서도 역사책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역사철학에 대한 논의도 바뀌고 있다. 철학은 변함없는 학문이 아니다.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를 보면 "1부 주요 고대 문명의 탄생과 성립"으로 되어 있다. 《옥스퍼드 세계사》 목차를 펴보면 제일 처음에 나와 있는 얘기가 뭐냐 하면 제일 처음에 나와 있는 얘기가 "제1부 빙하의 자식들, 제1장 빙하 시대에 출현한 인류"이다. 그러니까 고대 문명보다도 한참 옛날 얘기부터 시작한다.  역사책이라고 하는 것이 이제는 고대 문명을 가지고 얘기를 하지 않는다.  《총 균 쇠》도 고대문명론에서 나오는 얘기이다. 총을 가진 놈들이 인류 역사를 지배해 왔다라고 하는 역사 가설을 가지고 설명을 하는 것이다. 쇠라는 철기 문명과 총이라고 하는 기술 문명 두 개를 장악한 사람들이 인류를 지배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윌리엄 맥닐과 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관점과 연결이 되어 있다. 《총 균 쇠》라는 책 밑바닥에 놓여 있는 생각은 총을 가진 자가 강한 자이고 강한 자가 권력을 쥐고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이다 라고 하는 세계관이다. 그러니까 읽으면 안 된다. 

윌리엄 맥닐은 고대 문명의 탄생과 성립을 말하면서 수메르인이 발명한 것을 얘기한다. 여기서 수메르가 최초의 문명인 이유는 문자를 발명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문자가 있어야만 문명이라고 하는 것 또한 서구 중심의 역사관이다. 문자가 없으면 문명이 아닌가. 문자를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문명에서 제외시켜야 되는가. 이누이트족은 그러면 문명이 없는가. 문명의 기준을 문자 또는 철기 문명 이런 식으로만 기준을 삼는 것은 바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역사관이 그대로 투영이 된 것이다. 그다음에 "2장 문명의 전파", 드디어 4대 문명이 나온다. 예전에는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황하 문명을 외웠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역사책을 안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된 사람이다. 4대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한때 역사를 쉽게 암기 과목으로 만들어서 배우기 위해서 만들어진이다. 그다음에 윌리엄 맥닐의 책에서 핵심적인 것이 "5장 그리스 문명의 형성"이다. 그리스 문명이 말하자면 세계 문명의 출발점이고 거기서 시작이 되어서 모든 게 다 퍼져 나갔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을 유럽 중심적인 관점eurocentric perspective이라고 한다. perspective라는 말을 쓰면 관점이고, 그냥 사진을 찍을 때 어디서 찍으면 잘 나와 하는 정도의 차원을 사용할 때 쓰는 단어가 viewpoint이다. perspective는 사태를 종합적으로 관망하는 거대한 위치와 같은 것을 가리킬 때 쓴다. 유럽 중심적인 관점에서 얘기할 때 대개 그리스가 호명된다.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와 같은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 놓은 그리스 중심의 역사관에서 계속 파생되어 나온 것들이다. 윌리엄 맥닐의 책에도 그 내용이 들어있다.  

그다음에 보면 이런 책을 읽을 때 조심해야 되는 것이 "7장 야만세계의 변화"이다. 역사책에 야만이라는 단어 나왔다면 저자가 야만인이다. 더 이상 오늘날에는 역사책에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문명과 야만의 구도라고 하는 것은 항상 그 뒤에 적과 아군의 구별, 권력 논리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된다.  역사는 진실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조작된 것이다. 어떤 용어를 선택하는가를 가지고, 사람 숫자로 정당화를 하든 아주 정교한 말로 정당화를 하든 다를 것이다. "7장 야만세계의 변화"에 있는 것이 스텝지대, 그러니까 중앙아시아 초원지대하고 그 밑에 바로 그리스 문명, 헬레니즘 문명이 나온다. 이런 배치 자체가 의도적이다. 그리고 "12장 야만족의 침입과 문명세계의 대응"은 아주 노골적이다. 훈족, 흉노족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흉노족을 야만족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그 당시에 유럽 사람들은 얼마나 야만족이었는가 동물과 사람이 공통으로 걸리는 질병인 인수공통질병이 유럽에서는 아주 만연했었다.  AD 800년이 되도록 외양간과 사람이 자는 데가 구별이 안 되어 있었다. 얼마나 야만스러운가. 문명과 야만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다음에 "15장 투르크와 몽골의 정복에 의한 충격", 이 사람들에게 충격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충격이라는 단어는 유럽 사람들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eurocentric perspective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에 1부와 2부에서 일종의 빌드업을 한 다음에 제3부의 제목이 "서양의 우위"이다. 윌리엄 맥닐이 서구 중심사, eurocentric perspective로 세계의 역사를 써서 이것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주도로 전 세계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얘기가 제4부이다.   

이번에 우리가 공부하게 되는 《옥스퍼드 세계사》를 보면일단 "제1부 빙하의 자식들" 그다음에 "제2부 점토와 금속으로", 목차를 보면 나라 얘기도 없고 어떤 특정한 문명의 이름이 없다고 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아주 중요한 장점이다. 이런 것들을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얘기한다. 번역본 제목은 옥스퍼드 세계사라인데 영어 원서 제목은 "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 of the World"이다. 여기서 세계의 역사라는 말은 윌리엄 맥닐의 A World History와는 다르고 글로벌한 세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의 세계사는 각국의 역사, 각 지역의 역사를 일단 쓴 다음에 그것을 모아서 누가 잘났네 누가 못났네를 하는, 일종의 서로 유기적인 연결고리 없이 딱 묶어놓은 것이었다. 글로벌 히스토리는 세계의 역사를 다루고는 있는데 그 각각의 나라에서 벌어진 사태 또는 특정한 인간 공동체에서 벌어진 사태가 반드시 고립된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분명히, 그러니까 아주 넓게는 전 지구적인 좁게는 로컬 네트워크라도 있는 상태에서 그것이 벌어졌을 것이다 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하면 전 지구적 역사, 그래서 지구사 라고 번역을 해왔는데 그러면 지질의 역사처럼 느껴져서 지구사라는 번역을 잘 안 쓰고, 2006년 무렵에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하는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정학 책들과 같은 책들이 나오기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은 얼마 안 되었다.  

《옥스퍼드 세계사》 제1부를 보면 "제1장 빙하 시대에 출현한 인류"가 있다. 인간 종이라고 하는 생물체의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는 것은 문명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다.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하는 것은 일단 첫째는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설명을 하지만 두 번째로는 지구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단 논의를 어떻게 시작을 하는가 하면 어떤 기후에서 사는가 어떤 지질 상태에서 사는가부터 생각을 한다. 빙하 시대에 출현한 인류: 한 적응적 종의 출현과 확산, 그러니까 윌리엄 맥닐과 결정적으로 다른 게 이런 지점이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빙하 시대에 출현을 해서 적응적 종의 출연과 확산, 인간은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종류의 생물체보다도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빙하 시대에 살고 있는데 다 얼어 죽어가고 있는데 인간 종만이 적응을 했다. 그래서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갑자기 이 지구를 정복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어디에 살아도 적응을 잘한다.  

인류는 빙하시대에 얼어 죽어가고 있던 판국에서 간신히 살아남아서 적응을 해서 이 지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부터 시작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1부에 있는 얘기는 인간 종이라는 생물체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어떤 사태를 살펴볼 때 항상 그것을 생각을 해야 한다. 저 사람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저 사람은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무엇을 전공했는가 부모님은 어떠한가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저 사람은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런 삶의 바탕이라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것을 우리는 fundamental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1부 제1부 1장에 있는 것은 fundamental 오브 fundamental이다. 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역사라고 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가장 밑바탕에 놓여 있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거기부터 역사라고 하는 것은 출발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다음에 두 번째 장을 보면 "빙하 속 마음: 농업 이전의 예술과 사고"라고 되어 있는데, "농업 이전"이라고 얘기되어 있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니까 사람이 농업을 시작했는데, 농업 이전에는 어떻게 생각을 했는가. 그러니까 무슨 동굴 벽화와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른바 농업사회가 들어가기 전에 적응적 종으로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대개의 경우 것을 사람들은 원시인이라고 부른다. 원시인이라는 말은 이 책에 한마디도 없다. 그러니까 글로벌 히스토리라고 하는 것, 올해 우리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쓰면 안 되는 단어들이 원시인, 야만이다. 문명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데 문명에 대비되는 의미의 야만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그 대신에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의 규범이 습득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야만인이라고 할 수는 있다. 문명인에 대비되는 의미에서 야만은 그럴 때만 쓰는 것이지 가령 아시아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보다 야만이야 라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고유한 규범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그 규범 체계 안에서 뭔가를 지켜 나가면 문명인인 것이다. 

예전에 장 자크 루소나 이런 사람들 시대에는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이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primitive라고 하는 말은 문화인류학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화인류학에서 primitive라는 말을 쓸 때는 우리 문명인에 비해서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뜻으로 쓰는 게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거나 에너지원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primitive라는 말을 원시적이라는 말로 번역을 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옛날에 이해한 것처럼 이 사람들이 아주 형편없는 인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 갖출 건 다 갖췄는데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에너지 리소스가 지금 현재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것보다 적다는 것이다. 에너지 리소스를 우리가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라는 의미에서 문명인인 것이지 결코 primitive tribe들보다도 더 두뇌가 좋다 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세계관이 엉성하다는 뜻도 아니다. 종류kind가 다른 것이다. 

그다음에 "제2부 점토와 금속으로"를 보면 기본적인 문명론의 얘기인데, 점토는 글씨를 새겨 놓은 수메르의 점토판 이런 것을 얘기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금속이라고 하는 것이 나왔는데, 그 앞에는 빙하의 자식들이고 제3장은 "온난해지는 세계로"이다. 윌리엄 맥닐의 책을 보면은 기후 얘기는 하나도 없다. 그냥 인간이 문명 세계에서 이룩한 일들만 있다. 그 앞이 빙하이다. 빙하의 시대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뭔가를 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온난해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 문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이 첫 번째 챕터 제목이 "온난해지는 세계", 기후가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탐구의 출발점을, 어떤 문명이든지 환경의 변화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또 그런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적응적 존재로서의 인간adaptive being이 그것에 대응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잊기 쉬운 것은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환경이 인위적인 환경이 아니라 기후 환경, 지리적 환경에 상상할 만큼 강한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것을 지금 세계사 책에서 우리가 볼 수 있다. 그래서 제3장의 "온난해지는 세계로"라고 하는 것은 기후가 가장 결정적 조건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기후가 가장 결정적 조건이고 온난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 농업이다. 농업을 일구지 못해서 사람들이 원시적인 게 아니라 농업이라고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가장 출발점이 온난해진 기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온난해진 기후에 살지 못해서 농업을 일구지 못한 사람들은 야만적인가, 그건 아니다. 야만과 문명의 기준에 대해서 이분법을 함부로 아무 데나 적용을 하면 안 된다. 

"제4장 농민의 제국들", 기후가 가장 결정적 조건인데 그것으로부터 온난으로 가능해진 것이 농민의 제국이고, 여기서 제국이라고 하는 것은 청나라 제국, 일본 제국과 같은 그런 제국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라는 얘기이다. 제국이라는 말은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그리고 농민의 제국이라고 하는 것, 농민이라고 하는 것이 나오면 거기서 축적 가능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 적응적 존재에서 그다음으로 나온 가장 중요한 것이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업이라고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고기는 축적이 안 되지만 농산물은 축적이 된다. 농경 국가와 농경 도시의 절정 및 위기, 축적이 가능하니까 말 그대로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먹다 남은 걸 버리지 않고 쌓아놓고, 그 쌓아놓은 것이 권력이 된다. 그래서 이제 이때부터 인간 공동체의 다툼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농업이라고 하는 것이 산업혁명 시기, 그러니까 1700년대 중반 때까지도 계속된 인류의 인간의 삶의 모형이다. 그러니까 1부는 빙하이고, 2부, 3부, 4부는 사실은 인간의 삶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인류의 역사는 글로벌 히스토리 차원에서 보면 딱 3개로 나뉜다. 빙하 이전, 두 번째가 농업 시대, 그다음에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과 농경 시대를 나눈 것은 에너지 리소스의 차이에서이다. 다시 말해서 산업혁명 이후에는 에너지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건데 쥐어 짜는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석 연료라는 것이 생겨났다. 크게 보면 글로벌 히스토리의 측면에서 인류의 역사는 빙하 이전, 농경 시대,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로 생각하면 된다.  18세기 중반 이후에는 어쨌든 에너지의 엄청난 혁명이 일어났고, 그 에너지의 혁명으로 인해서 인류의 삶 자체가 바뀌었다. 에너지 혁명으로 인해서 바뀌었다고 할 때 결정적으로 바뀐 것이 전쟁 무기이다.  그래서 지금 제2부의 제목인 "점토와 금속"에서 일단 온난해지고 농업이 축적이 되면서부터 금속이라고 하는 것이 고도로 가공되기 시작을 했는데, 그렇게 가공된 금속이라고 할지라도 산업혁명 때까지는 큰 발전은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에 본격적으로 철강이라고 하는 것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 끼치는 파급 효과는 굉장히 크다.  도구의 측면에서 보면 농경 이전에는 돌, 그다음에 농경 이후에는 열악한 금속, 산업혁명 이후에는 전면적인 의미에서의 새로운 종류의 소재들이 등장하고, 제2차 산업혁명 시기에 들어오면 화학 공업이 발전한다. 어떤 없던 소재들을 만들어 내는 것, 비자연적 소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2차 산업혁명 이후에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하는가. 일단 사물의 분자 구조를 바꿔야 된는데, 엄청나게 센 열을 때려 넣어야 된다.  엄청나게 센 열을 때려 넣는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의 혁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밑바닥에 에너지 혁명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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