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일본 근현대사 | 02 민권과 헌법 4
- 강의노트/책읽기 20분 2014-15
- 2017. 2. 27.
민권과 헌법 - 마키하라 노리오 지음, 박지영 옮김/어문학사 |
Reading_20min_20140526_4
– 일본제국의 ‘근대국민국가’ 편성원리로 등장한 천황과 신민(臣民)개념
– “신민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며, 민권이나 공권을 상실한 사람도 또한 제국의 신민임에는 틀림없다.”
– “신(臣)과 민(民)을 융합시켜 ‘천황의 자식’으로 만들어 버리면 모든 ‘일본인’을 천황과의 관계하에서 일원화시킬 수 있다.”
– ‘입헌주권’과 ‘천황대권’이라는 이중성 위에 세워진 대일본제국 헌법은 흠정헌법(欽定憲法)이므로 비민주적이지만 폐지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내각은 의회, 정당에 의한 민주적 요구를 받게 된다.
– 야스마루 요시오(安丸 良夫), 근대천황상의 형성(近代天皇像の形成)에서 제시되는 논의
– 현대 일본에서 천황제는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인들에 의해 수용되고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천황제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을 축으로 하면서도 갖가지 회로를 통해서 현대 일본에 적응하는 변형된 천황제이며, 그것이 바로 압도적 다수의 일본인에게 수용되고 있는 상징천황제이다.”
– “이 책은 그것[천황제]을 근대국민국가의 편성 원리라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논한 것이다. 근대 세계는 여러 국민국가가 서로 겨루는 경기장으로서 존재하며, 국민국가들은 이 경기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각기 독자적인 편성 원리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 그것이 천황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근대 일본의 질서원리의 형성과 구조,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의 규명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에…”
– 집중적으로 읽을 부분: 1장, 과제와 방법; 2장, 근세사회와 조정·천황; 6장, 권위와 문명의 심볼; 8장, 근대 천황제의 수용기반
요네쿠보 아케미, 《천황의 하루》
노마 필드,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후지타 쇼조, 《천황제 국가의 지배원리》
《민권과 헌법》이라고 하는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 2번째 권을 읽고 있다. 오늘은 4번째 시간이다. 근대 천황제의 성립이 제6장이다. 일본의 천황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있는 내용뿐 아니라 좀더 확장해서 설명을 하려고 한다.
우선 책의 내용을 먼저 얘기해보면 일본에서는 천황의 군대라는 개념이 성립한다. 이 개념이 있음으로 해서 청일전쟁 이후 또는 그 전부터 일본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침략 그리고 태평양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적인 침략이 계속해서 진행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민(臣民) 개념이 등장한다. "신민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며, 민권이나 공권을 상실한 사람도 또한 제국의 신민임에는 틀림없다." 일본 제국주의라고 하는 근대국가의 체제에서의 국민을 가리킬 때 이 국민을 통합하는 말로 천황의 신하인 백성, 즉 신민으로 지칭을 하게 된다. 이게 독특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근대국가 그러면 국민이 등장하는 것이고, 국민들은 이른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민권이나 공권, 묶어서 공민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봉건왕조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왜 일본은 이른바 근대화를 하면서 신민이라는 개념을 앞세우게 되었는가. 이게 이제 일본 근대국가 성립과정의 하나의 독특한 특징이 여기 담겨 있다. 그런 까닭에 일본에서의 근대천황제의 성립과정은 단순하게 일본이 천황제를 새롭게 세웠다는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근대국가가 성립되는 과정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신(臣)과 민(民)을 융합시켜 ‘천황의 자식’으로 만들어 버리면 모든 ‘일본인’을 천황과의 관계하에서 일원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
223 근대의 천황 문제는 서양 문명과 입헌제, 의회제에 대항하기 위해 서구의 기준에 따르면서도 독자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창출된 '새로운 전통'이었다.
229 천황제와 입헌제를 어떻게 접할시킬 것인지, 그것이 10여 년간에 걸친 정치투쟁의 쟁점이었다. 형식적으로나마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천황의 권한에 일정한 제한을 두지 않으면 서양 각국으로부터 근대적인 헌법이라고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국내의 정치적 안정도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천황이나 보수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38 신민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며, 민권이나 공권을 상실한 사람도 또한 제국의 신민임에는 틀림없다.
238 에도 시대에는 군주와 인격적으로 연결되어 통치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가신과 객분인 인민은 명확하게 구별되었다. 그러나 신(臣)과 민(民)을 융합시켜 ‘천황의 자식’으로 만들어 버리면 모든 ‘일본인’을 천황과의 관계하에서 일원화시킬 수 있다.
238 '신민'이란 제한 선거제도하에서 '비국민'을 국가에 통합시키기 위한 근대 국민국가의 요청으로 생성된 관념이며, 권력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정권도 없으면서 국가의 일원으로 납세, 병역, 교육을 '의무'로 받아들이는 '국민'처럼 편리한 존재는 없었다. 그야말로 천황은 국민통합의 핵심이며 상징이었다.
일본 근대현대사에서 천황이라는 것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 굉장히 많은 논의가 이것을 둘러싸고 있어왔다. 이것에 대해서는 10권에 저자의 보충논의가 있기도 하다. 근대라는 시대의 양면성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 속에서 천황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근대국가를 성립시키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식이 바로 국민의식이다. 우리가 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그리고 이것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이 국민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제도적인 장치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애국심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일본은 천황을 구심점으로 내세우게 된 것. 10권에는 그런 논의 들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메이지정부가 처음에는 존왕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을 했는데, 즉 외국세력을 배척한다, 그런데 곧바로 개국화친, 문명개화로 바꾸었다. 일본사람들에게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 제1권을 다룰 때도 얘기했다시피 에도막부는 쇄국정책이고 메이지정부는 개국이다 이런 이분법이 일본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 왔는데 사실 메이지정부가 기치로 내건 것이 천황을 내세우고 외세를 배척한다 였다. 그런데 곧바로 문명개화, 개국화친을 내세우면 기조가 바뀐 것.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적 전통성을 세우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천황을 절대화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일본식 근대국민국가에서 천황은 필수적인 기제가 된 것. 처음에는 천황이 있어야 근대적인 국민국가가 성립하고 그런 변혁이 성취된다고 내세웠지만 점차 지나면서부터 권력 유지를 하기 위해서 천황을 떠받드는 경향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일본 근대국민국가 성립과정에서 천황은 절대적 요소로 등장하였기 때문에 일본제국헌법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모호한 이중성을 띠게 된다. 하나는 헌법 위에 주권이 세워진다고 하는 입헌주권개념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천황대권이라고 하는 요소가 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입헌주권과 천황대권이 충돌하고 있는데 이런 모호한 이중성 위에 일본 헌법이 성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 헌법이 가진 결정적인 특징이 흠정헌법이라는 것이다. 풀어서 말하면 전제군주가 제정한 헌법이다. 그래서 비민주적이지만 폐지될 수 없다. 그런데 이 헌법 위에서 성립된 내각은 의회, 그리고 그 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이 민주적 요구를 하게 되면 내각도 해산을 하게된다. 천황은 그렇게 될 수 없다.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하는 것을 헌법에 명시해 두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 모호한 이중성이 충돌하게 된다. 또한 과연 천황이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런 것들도 문제가 된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일본처럼 오랫동안 봉건적인 또는 번의 세력하에, 영주의 지배 아래 살아온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하나의 국가로서 통합하고 국민으로서의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하나의 통합적인 기관으로 호출된 것이 천황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라를 위해서 충성하라는 것은 교육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천황이라는 하나의 인격적인 존재에 충성하게 하면 훨씬 더 국민통합이 수월하게 이루어져 질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서구에서는 근대국민국가를 성립시키는 과정에서 대체로 왕정이 폐기되거나 했는데 일본은 오히려 천황대권이 강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로 일본의 헌법은 전제군주가 제정한 것이니까 흠정헌법인데 이 헌법은 천황대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비민주적인 것. 그런데 동시에 헌법은 입헌주권이라는 것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일본제국 헌법은 ‘입헌주권’과 ‘천황대권’이라는 이중성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 하겠다.
야스마루 요시오라는 사람이 쓴 《근대 천황상의 형성》에서는 일본에서의 천황에 관한 여러가지 논의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천황 그 자체를 다루고 있는 책, 《천황의 하루》라는 책도 있다. 또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라고 해서 20세기 쇼와 천황의 사망 당시의 일본의 분위기를 전하는 책도 있다. 여러 종류의 다각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출발점으로는 《근대 천황상의 형성》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다루고 나면 천황제 국가가 어떤 지배원리 위에서 성립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정치사상사쪽으로 다루는 것도 좋다. 거의 읽는 것 자체가 난해한 암호문를 푸는 것처럼 어려운 후지타 쇼조의 《천황제 국가의 지배원리》가 있는데 기회가 되면 그 책도 읽어보려고 한다. 이런 난해한 논문을 읽어나가는 것은 역사책을 전반적으로 개관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지나친 느낌도 있지만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야스마루 요시오의 《근대 천황상의 형성》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루어보려고 한다. 야스마루 요시오는 현단계 천황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진단한다. 현대 일본에서 천황제는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인들에 의해 수용되고 지지를 받고 있다. "현대 천황제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을 축으로 하면서도 갖가지 회로를 통해서 현대 일본에 적응하는 변형된 천황제이며, 그것이 바로 압도적 다수의 일본인에게 수용되고 있는 상징천황제이다." 지금 현재 21세기의 오늘날에도 많은 일본인들에게 수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상징천황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은 대일본제국헌법이 발포되었던 메이지 당시의 천황제와는 다르다. 제2차세계대전이나 아시아태평양전쟁 때에도 천황에게는 군령권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천황의 군대라는 개념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아시아태평양전쟁의 패전과 함께 천황이 항복 문서에 조인을 했으면 천황제가 없어져야 할 텐데 그것이 여전히 존속되고 있고, 또 압도적으로 많은 일본인들에 의해서 지지를 받고 있다, 일정한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야스마루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7 현대 천황제는 헌법 제1조의 규정을 축으로 하면서도 갖가지 회로를 통해서 현대 일본에 적응하는 변형된 천황제이며, 그것이 바로 압도적 다수의 일본인에게 수용되고 있는 상징천황제일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온화하고 문화적이나 강하게 침투한 내셔널리즘적인 감각이 상징천황제를 지탱하고 있고 그에 따라 배제와 동조를 강요하는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며. 이게 평소에는 유야무야 있는 것 같다가도 위기상황이 도래하면 권력주의적인 통합이 일거에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 현재 일본의 상징천황제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잠재된 힘이다. 그래서 야스마루 요시오는 이런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른바 국민통합의 다원적 기제가 발명되고 수용되지 않으면 과거로의 회귀가 불시에 일어나리라는 판단이 든다는 것. 얼핏 보면 한국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 애국주의 이런 것들이 근대국가가 성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7 현대 일본에는 얼핏 온화하게 보이면서도 실은 극히 강인한 권력질서가 관철되고 있으며, 그러한 질서를 집약하는 정점에는 역시 천황제가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유나 권리나 국제협조는 국민국가적인 공공권의 틀 안에 의존하고 그것을 전제로 하는 한에서는 존중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거기에 배제와 동조를 강요하는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외견적으로는 온화하고 문화적이지만 강하게 침투한 내셔널적인 감각이 그것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 따라서 또다시 위기상황이 도래하면 권력주의적인 통합이 일거에 강화될 가능성이 강하다는 점 등은 냉정하게 관찰해 보면 결코 오인할 리가 없는 현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천황에 대한 충성을 전면에 내세운 근대국가주의라고 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시도했고 그것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아시아 여러나라들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만들어내면서 그 희생 위에서 근대국가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본다. 어쨌든 "이 책은 그것을 근대국민국가의 편성 원리라는 측면에서 중점을 두고 논한 것이다. 근대 세계는 여러 국민국가가 서로 겨루는 경기장으로서 존재하며, 국민국가들은 이 경기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각기 독자적인 편성 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 그것이 천황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근대 일본의 질서 원리 형성과 구조,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규명할 때 천황제를 중심으로 규명한다는 것.
7 이 책은 그것을 근대국민국가의 편성 원리라는 측면에서 중점을 두고 논한 것이다. 근대 세계는 여러 국민국가가 서로 겨루는 경기장으로서 존재하며, 국민국가들은 이 경기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각기 독자적인 편성 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 그것이 천황제였다고 보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1장 과제와 방법, 2장 근세 사회와 조정.천황, 6장 권위와 문명의 심벌, 8장 근대 천황제의 수용기반을 중점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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