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1 오뒷세이아 4


오뒷세이아 - 10점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0207 01강 고전읽기 

20130214 02강 오뒷세이아(1)

20130221 03강 오뒷세이아(2)

20130228 04강 오뒷세이아(3)

20130307 05강 오뒷세이아(4) 

20130314 06강 오뒷세이아(5)





20130307 05강 오뒷세이아(4) 

앨버트 허시먼(Albert Otto Hirschman, 1915–2012)의 전기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제레미 아델만(Jeremy Adelman), 제목은 Worldly Philosopher: The Odyssey of Albert  O. Hirschman.


이 제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worldly’는 우선 ‘세속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천상의 것을 희구하는’에 대립되는 말이다.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이마고, 2008)이 같은 제목(“The Worldly Philosophers”)을 가지고 있다. 허시먼의 인생 역정을 고려한다면 ‘worldly’는 ‘세상을 많이 아는’이나 ‘세상 경험이 많은’, ‘세파를 겪은’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그는 ‘자신이 겪은 세상을 통찰한 철학자’가 된다. 이는 부제(‘앨버트 허시먼의 오뒷세이아’)의 함축과 합치한다.


허시먼의 책 중 번역된 것들은 아래와 같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The Rhetoric of Reaction: Perversity, Futility, Jeopardy, 1991)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s to Decline in Firms, Organizations, and States, 1970)

열정과 이해관계(The Passions and the Interests: Political Arguments For Capitalism Before Its Triumph, 1977)



앨버트 허시먼의 <떠날 것인것인가 남을 것인가> 이 책은 정치적 조직을 이해하는데 대한 탁월한 설명이 담겨있다. 1970년에 출간된 책으로 번역본을 구하기가 어려울 경우 영어로 된 논문이 있으니 찾아서 읽어 볼 것. 원제는 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s to Decline in Firms, Organizations, and States 이다. 


<오뒷세이아> 오늘부터 읽을 16권부터 23권까지가 중요한 부분인데 이 서사시 뒷부분에 고대 희랍에 있어서 폴리스, 즉 공동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고 결속되는가,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것이 있는가를 다루고 있는데 앨버트 허시먼의 책과도 연관이 있다.


1970년에 이 논문이 나왔을때의 70년대 상황을 주목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가 생겨나기 전에 서양에서 이른바 시장근본주의자들에 의한 사회 해체에 대한 공세가 있었다. 왜냐하면 마샬플랜의 성과가 끝나면서부터 이제 국가에 의한 경제 회복을 하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사회에서 밀고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앨버트 허시먼이 보기에 그렇게 나가면 결국 국가 공동체가 해체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시행했던 것이 마샬플랜(1947~1951), 그 마샬 플랜의 핵심적인 수행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앨버트 허시먼이다. 즉 유럽 경제를 잘 아는 사람, 현실적인 정책을 실행해본 프랙티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단이 있는데 집단 공동체에 대한 로얄티, 신뢰, 충성심 또는 로버트 퍼트넘이 말한 사회적 자본, 이런 것들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낸다. 만약에 그 로얄티 자체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사람들은 조용히 그 관계에서 withdraw 퇴각 빠져나간다. 내부망명을 한다고 한 것. 앨버트 허시먼은 사실 사람이 어떤 커뮤니티에 남아있는 것이 경제적인 이해관계에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인 차원과 경제적인 차원이 교묘하게 접합되는 지점이 있다. 이것을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국가를 말할 때 로크적인 전통 위에 계약에 의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성립한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계약한바 없는데 성립하는 것. 여기서 커뮤니티라는 말을 번역할 때 공동체라고 쓴다. 우리말로 쓰면 그냥 똑같은데 한자로 쓰면 다른게 있다. 


공共동체 : contract : 계약에 의한, 의지에 의한 관계이다. 오뒷세우스 - 페넬로페 관계다.

공公동체 : covenant, compact : 내재된, 당연한 관계 :오뒷세우스 - 텔레마코스 관계다.

위에는 계약이라고 하고, 아래는 신약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16권부터 읽는다.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이 만나는 지점이다.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이다. 이때는 covenant이고,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는 contract이다. 다른 종류의 인간관계가 있는 것이다. 부부 사이는 갈라서면 남이라고 하는데 contract이기 때문이다. <오뒷세이아>에는 covenant와 contract 관계가 모두 나와있다.


오뒷세우스와 텔레마코스 사이, 즉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는 중간에서 개런티/보증 해주는 것이 없다.  보증물이 안나온다. 그런데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은 보증물이 침대이다. 23권의 제목이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인데 영문 원서 보면 The Great Rooted Bed 거대한 뿌리를 가진 침대이다.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의 관계는 자연/퓌시스로 확인한다. 뒤에서 오뒷세우스하고 페넬로페은 보증물로서 확인한다. 다시 말해서 homophrosyne, 어떤 관계냐에 따라서 같은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이 다르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은 같은 마음을 간주하고 가는 것이다.. 내가 가령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지지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 contract이다.


이 같은 마음이라고 하는 것을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 오뒷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어떤 방식으로 같은 마음에 이르는가를 알아보는 게 텍스트를 읽는 방법이다. 349페이지 15행을 보자.


349 16.15 그릇을 손에서 떨어뜨리고 자기 주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와 아름다운 두 눈과 두 손에

입 맞추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치 사랑하는 아버지가 십 년 만에 먼 나라에서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의 쏙깨나 썩이던

귀염둥이 외아들을 반기듯이

꼭 그처럼 고귀한 돼지치기는 신과 같은 텔레마코스를 

마치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인 양 얼싸안고 입 맞추었고

울면서 물 흐르듯 거침없이 말했다.


자세히 보면 텔레마코스에게 하는 행동인데 '사랑하는 아버지가 십 년 만에 먼 나라에서 돌아온 아들을' 이런 것들은 사실 오뒷세우스에게 해당하는 비유인데 텔레마코스에게 한다. 엉킨 비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오뒷세우스 얘기로 여기게끔 하는 것이다. '마치 죽음에서 벗어난 사람인 양' 여기서부터 텔레마코스에 대한 설명들이 텔레마코스 여행의 어려움을 드러내 보여주면서 동시에 텔레마코스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술어들이 등장한다.


350 16.30 슬기로운 텔레마코스마코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352 16.90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나도 한마디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오.

구혼자들이 그대의 궁전에서 그대의 뜻을 거슬러

어리석은 짓들을 꾀하고 있다는 그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실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소이다. 말씀해보시오.

그대는 자진하여 굴복하는 것이오, 아니면 나라의 백성들이

어떤 신의 음성에 복종하여 그대를 증오하는 것이오?

아니면 그대는 큰 싸움이 벌어진다 해도 그들만은 전우라고

믿을 수 있는 그대의 형제들을 혹시 원망하고 있는 것인가요?


오뒷세우스가 아버지로서 텔레마코스가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혔나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한다. 오뒷세우스의 질문들은 계속해서 텔레마코스의 어른스러움에 대한 체크이다. 이렇게 체크를 하고 텔레마코스가 좀 괜찮다 싶으니까 아테네 여신도 이제 밝히라고 한다.


355 16.166 오뒷세우스가 그녀 앞에 서자 아테네가 그를 향해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이제는 그대의 아들에게 말할 때가 되었으니 그대는 숨기지 마라.


영어판을 보면 now is the time tell your son the truth 너의 아들에게 진실을 말하라.

뒤에 보면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는 계속해서 시험을 한다. 진짜 오뒷세우스이 맞는지. 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하다. 이것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혼성모방기법 패스티쉬 Pastich 라고 하는데 보는사람이 가지고 있는 원천자료가 재미있을 수록 재미있다. 이를테면 플로베르 <부바르와 페퀴셰> 소설이있다. 마치 플로베르가 박학을 자랑하기 위해 쓰는 소설 같다. 다른 예로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이다.


<오뒷세이아> 같은 작품은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해야한다. 그래야 후대에 나온 문학들이 이렇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다시 356페이지를 보면


356 16.187 "나는 신이 아니다. 왜 너는 나를 불사신으로 여기느냐?

나는 네가 그를 위해 신음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했던 네 아버지니라!"


자기가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단순히 내가 너의 아버지라고 말하지 않고, 텔레마코스 네가 나 오뒷세우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신음하고 고통을 당하고 감수를 했다는 것을 말한다. 광장히 고생스러웠던 것을 환기시킴으로써 충분히 텔레마코스의 고통과 감내했던 행태에 대한 인정을 해준다.


아버지가 지금 아들을 승인했다. 단순한 승인이 아니라 아들의 겪음을 승인한 것, 아들의 고통을 그리고 너의 그런 고생이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인정하겠다는 것.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고생은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명예를 위한 것. 명예는 희랍어로 티메 Time. 아버인 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네가 고생한 것을 알았다. 이것이 텔레마코스에게도 역시 굉장한 명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의 명예를 지키고자 최후의 일격을 벌이는 것이 Slaughter. 22권. Slaughter in the Hall (제23권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를 알아보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이제서야 눈물을 흘린다. 


356 16.190 이렇게 말하고 그가 아들에게 입 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357 16.200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다.

"텔레마코스야! 네 사랑하는 아버지가 집 안에 와 있는데도

지나치게 이상히 여기거나 놀라는 것은 옳지 못한 짓이다.

앞으로 다른 오뒷세우스는 이리로 오지 않을 것이다.

네가 보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것이다.

이것은 전리품을 가져다주시는 아테네의 작품이니라.


물론 오뒷세우스가 아테네의 작품이다라고 말했으니 형식적으로는 아테네가 보증을 했기 때문에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 사이에 유대관계가 확인이 되겠지만 아테네 신의 보증은 원래 보통 상투적으로 쓰던 말이며 특별히 다른 것이 개입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 이 두 사람은 곧바로 별 다른 절차없이 뒤에 이어지는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의 관계를 본다면 상당히 깔끔하게 확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확인이 되고난 후 확인에 근거한 확증의 말들이 오뒷세우스의 입에서 계속 나온다.


361 16.300 네가 진실로 내 아들이고 우리 핏줄이라면


361 16.304 오직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여인들의 의도를 알아내도록 하자꾸나.


이런 분위기는 약간 오뒷세우스가 텔레마코스를 업시키는 분위기. 


362 16.342 구혼자들은 마음이 괴롭고 의기소침해져서

홀에서 안마당의 큰 담장 밖으로 나가

거기 대문 앞에 앉아서 회의를 열었다.

좌중에서 폴뤼보스의 아들 에우뤼마코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에우리마코스가 하는 말을 잘 보겠다


363 16.346 "친구들이여! 텔레마코스는 오만불손하게도 큰일을 해냈소.

이번 여행 말이오. 우리는 그가 해내지 못할 줄 알았소.


텔레마코스가 한 일이 구혼자 집단에서도 승인을 얻었고, 이것 때문에 텔레마코스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텔레마코스가 해낸 일들이 지금 구혼자들에게도 마음이 괴롭고 의기소침해질만한 일이 된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어른임을 입증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은 텔레마코스가 단순한 어린애에서 앞에서는 아버지 오뒷세우스에게 인정을 받았다.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가 호모프로쉬네homophrosyne 한마음이 되고,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가 한마음이 되면 명성을 누리게 된다. 누가 가장 두려워하나, 5권에서 나왔다. 적들이 가장 두려워한다.  텔레마코스는 이제까지 구혼자들에게 상대도 안되는 놈이었다. 다시말해서 리그에 끼지 못했다. 근데 이제는 그 안에 들어온 것. 링에 올라선 것. 적어도 텔레마코스는 자기 아버지와 호모프로쉬네 homophrosyne를 성취했다. 그래서 그 명성을 누리는 것.


<오뒷세이아>에 나오는 개념들을 잘 들어놔야 한다. <오셀로> 같은 경우에 오셀로는 무어인. 흑인이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백인. 오셀로가 행해야할 첫번째 일이 호모프로쉬네를 성취해야 하는 것. 데스데모나와 마음이 맞는다는 것을 알 때는 잘나가다가 그 공동체 그 집단안에서 한순간에 무너진다. 데스데모나도 아버지의 반대에 불구하고 결혼했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 무엇인가. 오셀로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의심을 끊임없이 끄집어서 피어올리는 제3삼자로서 이아고가 있다. 데스데모나도 저 잘나가는 무어인하고 잘지내겠다는 허영이 있었는데 그것을 깨뜨려 졌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가 깨지는 결정적인 이유는homophrosyne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


어떤 특정한 커뮤니티/공동체가 유지되는 기준은 공동체마다 다르다. 그 기준이 변화될 때 공동체가 질적으로 변화한다. 어찌보면 우리는 차별과 배제가 심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특정집단에서는 그런 차별과 배제가 고귀한 기준에 의해서 작동된다면 괜찮다.


다음 시간에 17권을 읽을 것이고, 18권은 지나가고, 19권에 100행,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와 대화하는 부분을 꼼꼼하게 읽을 것이다.

그다음에 20~22권은 넘어가고 23권을 읽는다. 23권은 The Great Rooted Bed가 나오는 부분. 24권은 라에르테스와 오뒷세우스의 대화편이다. 19, 23권을 촘촘하게 24권은 듬섬듬성 할 것인데 미리 읽어오기를 바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