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22) ─ 史通, 內篇 - 敍事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4. 14.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통史通」을 듣고 정리한다.
2025.04.13 δ. 사통史通(22) ─ 史通, 內篇 - 敍事
텍스트: buymeacoffee.com/booklistalk/shitong-7
서사敍事 - 서사의 방법과 유의점
• 사실을 서술하는 구체적인 방법
1. 재능과 행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직기재행자直其才行者)
2. 사건의 시말만 기록하는 것(유서기사적자唯書其事跡者)
3.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모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인언어이가지자因言語而可知者)
4. 저자의 평론을 빌려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것(가찬논이자현자假讚論而自見者)
• 사실 서술을 간략히 하는 두 가지 방법
1. 구절을 줄이는 것(생구省句)
2. 글자를 줄이는 것(생자省字)
"구절을 줄이기는 쉽지만 글자를 줄이기는 어렵다. 이러한 핵심을 통찰해야 비로소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省句爲易 省字爲難 洞識此心 始可言史矣)
"서사라는 것도, 산만한 문장이나 불필요한 이야기를 헛되게 덧붙이고 여기저기서 끌어오지만, 반드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취하고자 하면 결국 한마디 한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부서사자夫敍事者 역허익산사或虛益散辭 광가한설廣加閑說 필취기소요必取其所要 불과일언이구이不過一言一句耳)
"아!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심오하고 또 심오해지리니..." (능연지우연能捐之又捐 이현지우현而玄之又玄...)
유지기의 《사통史通》, 서사敍事, 사실을 서술하는 것에 대해서, 서사의 방법과 유의점을 이야기하겠다. 훌륭한 역사서는 "사실에 대한 서술을 으뜸가는 조건"으로 가지고 있다. 훌륭한 국사國史란 서사가 정교해야 하는데, 서사가 정교하다는 것은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간략하다는 것, 간요簡要하다는 것이 주가 되겠다는 말이겠다. 문장이 간략하면서도 사실은 풍부한 것, 이것은 굉장히 압축적으로 쓴다는 얘기이다. 그 기본 원칙을 들었고, 이제 유지기가 많은 사례를 들어서 네 가지의 사실을 서술하는 구체적인 방법, 처음에 얘기했던 문장이 간략하면서도 사실은 풍부한 것을 성취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은 엄청난 비법이 있는 것 같지만 비법은 없다. 연습을 거듭하라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우선 네 가지를 얘기한다. 재능과 행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 직기재행자直其才行者, 그 다음에 사건의 시말만 기록하는 것, 유서기사적자唯書其事跡者,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모를 알 수 있게 하는 것, 인언어이가지자因言語而可知者, 그 다음에 저자의 평론을 빌려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것, 가찬논이자현자假讚論而自見者, 여기서 見은 견이 아니라 현으로 읽어야 한다. 사실 저자의 평론을 빌려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제일 하수들이 하는 것이다. 재능과 행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 되는데, 그것을 보고 읽는 자들이 과연 내가 기록한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걱정된다. 그러다 보니까 시말을 기록하게 된다. 재능과 행적을 기록한 다음에 그런 재능과 행적을 가진 사람이 이런 짓을 하고 저런 짓을 했다 라고 사건의 시말을 기록을 하고, 그다음에 그것에 대해서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고 했다 라고까지 하고, 그래도 못 알아들을 것 같으니까 나도 한마디 덧붙여 버리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위에서 아래로 요즘에는 네 가지를 다 쓴다. 오늘날에는 애원이 넘쳐 흘러서 오히려 무심해지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유지기가 여기서 그 말은 안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많이 수집하고 많이 읽었다 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마음으로 억누르는 것, 이게 사실은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 서술을 생략해 버릇하고, 정말로 이것을 꼭 넣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다. 오항년 교수의 말을 보면 "품조부터 인물까지는 학습도 학습이지만 역사가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이 덕성으로 체화될 수 있는 식견, 즉 삼장지재 중 식에 속한다." 식識이라고 하는 것은 학學을 하다가 생기는 것, 학學에서 빼려고 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남들이 뭐라고 한 것을 거기다 덧붙이고 싶다. 참고 문헌에 본인이 읽은 것을 다 쓰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도 쓰고 싶다. 그것을 다 쓰면 논문이 아니라 공부 노트이다. 공부 노트와 논문은 그 질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는 식識이 발견될 수가 없다. 이게 딜레마이다.
사실 서술을 간략하게 하는 방법은 구절을 줄이고 글자를 줄이는 것인데, 우선 첫째는 재능과 행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고 해서 예를 들어 말하기를," 고문상서에서는 요임금의 덕을 기리며 공근하고 겸양했다고 썼다." 제요지덕帝堯之德, 덕을 기리며, 윤공극양允恭克讓, 근하고 겸양했다. "춘추좌씨전에서는 자태숙의 모습을 잘생기고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끝인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잘생긴 얼굴과 재능을 가지고 뭘 했다까지를 기록한다. 그다음에 "좌구명의 신생은 여희의 참언 때문에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고만 했다." 사건만을 썼다. "이른바 사건의 시말만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서경은 무왕이 주를 벌한 일을 서술했는데", 사람들이 한 말들을 서술하고 인물에 관계된 말을 기록했다고 했고, 그다음에 "사기 위장군열전의 말미에서", 태사공이 말하는 것은 "저자의 평론을 빌려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사실을 서술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치면,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치면, '태사공曰'은 안 넣어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재능과 행적, 사실의 시말, 사람들의 말, 저자의 논편 등 네 가지가 서로 다 갖춰져야 할 필요는 없다", 연즉재행然則才行·사적事跡·언어言語·찬론贊論 범차사자凡此四者 개불상수皆不相須라고 되어 있다. "만일 이들을 중복하여 다 기록하게 되면 낭비하는 지면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사실을 간략히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구절을 줄이는 것과 글자를 줄이는 것이다. 글자를 줄이는 것은 아마 한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에서 나온 것인데, 한국어로 글을 쓴다고 해서 이것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구절을 줄이기는 쉽지만, 구절을 줄인다는 것은 그 양을 줄이는 것이다. 가령 칸트는 초월론적 관념론을 구상함으로써 순수 수학과 순수 물리학의 인식론적 기초를 정초를 놓으려고 했다." 거기서 정초定礎라고 하는 말은 기초를 정하다는 것으로, 정초를 놓는다는 말이 겹치니 "인식론을 정초하려 했다"고 하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구절을 줄이기는 쉽지만 글자를 줄이기는 어렵다. 이러한 핵심을 통찰해야 비로소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물고기를 낚으려면 수많은 낚싯바늘을 드리워야 하지만 물고기가 걸리는 것은 한 통발에서 걸리고, 높이 나는 새를 잡으려면 큰 그물을 펼쳐야 하지만 막상 걸리는 것은 한 그물코에서 걸린다." 결국에는 한 통발과 한 그물코인데, 자기가 드리운 낚싯바늘, 펼쳐놓은 그물 이 아깝다는 말이다. 쓸 때는 물고기가 걸린 통발에 대해서만 쓰면 되고, 새가 걸려든 한 그물코에 대해서만 쓰면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을 50권을 읽었으면 A4 용지 5매만 쓰면 되는데, 25매를 썼다고 해보자. 그것은 누덕누덕 기워서 쓰는 것이고, 통찰이 결여되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사냥꾼이나 어부처럼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고 난 뒤에는 그물과 낚싯바늘을 반드시 거두어들이고 낚싯바늘 하나와 그물코 하나만 남겨둘 수 있다면, 티끌이나 먼지 같은 군더더기들이 모두 제거되어 겉치레와 찌꺼기는 사라지고 실질과 정수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부서사자夫敍事者 역허익산사或虛益散辭 광가한설廣加閑說 필취기소요必取其所要 불과일언이구이不過一言一句耳, "서사라는 것도, 산만한 문장이나 불필요한 이야기를 헛되게 덧붙이고 여기저기서 끌어오지만, 반드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취하고자 하면 결국 한마디 한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쓸 때 꼭 생각해야 되는 게 "아!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심오하고 또 심오해지리니", 능연지우연能捐之又捐 이현지우현而玄之又玄이다.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은 이것을 꼭 생각해야 한다. 설명은 길게 해도 되고 강의할 때는 이런 예를 들고 저런 예를 들고 해도 되지만, 글은 줄이고 또 줄이는 것이 글쓰기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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