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린 시프턴: 비주얼 재즈
- 책 밑줄긋기/책 2023-25
- 2025. 2. 2.
비주얼 재즈 - 앨린 시프턴 지음, 백지선 옮김, 존 에드워드 하세 서문/시그마북스 |
서문
프롤로그 : 재즈가 탄생하기까지
제1장 재즈의 탄생
제2장 재즈 시대
제3장 스윙 시대
제4장 제2차 세계대전
제5장 비밥과 모던 재즈 vs 뉴올리언스 재즈의 부활
제6장 쿨 재즈와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탄생
제7장 뉴 메인스트림
제8장 재즈의 지형을 바꾼 밍거스, 콜트레인, 콜맨
제9장 퓨전 재즈
제10장 포스트모던 재즈
제11장 21세기 재즈
프롤로그 : 재즈가 탄생하기까지
재즈라는 단어는 1928년에 출간된 10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 초판본에는 빠졌다가 '재즈 시대'의 절정기였던 1933년에야 제1증보판에 등재되었다. 사전에 최초로 등재된 바에 따르면 '재즈'는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1차 세계대전 말에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널리 쓰인 용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정의는 신빙성이 높다. 독자들이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학자들이 방대한 양의 인쇄물을 살살이 뒤져 단어마다 그 기원을 추적해 각각의 단어가 사용된 문맥을 찾아낸 덕분이다. 조사 결과 학자들은 1917년에 익명의 재즈밴드가 연주한 기록과 함께 존 레스터의 '프리스코 파이브'라는 밴드가 언급된 문서를 찾았다. 그로부터 1년여 뒤에는 해변에서 해수욕객들이 '재즈 댄스’를 춘다는 표현도 문서에 언급됐다. 시대 분위기상 인종주의적 언어로 표현되기는 했으나, 주로 흑인이었던 최초의 재즈 음악가들이 "음을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고 당김음을 쓰며 각각의 악기가 화려한 연주를 선보였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흥미로운 건 '재즈’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난 직후부터 음악과 춤뿐 아니라 미술과 디자인, 패션을 묘사하는 데 쓰였다는 점이다.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면, "재즈 패턴 드레스", "재즈 색감의 실크", "재즈 스타킹은 최신 패션이다"나 유명 화가가 색채 배합에 "재즈의 생기를 불어넣었다"와 같은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실 '재즈’라는 단어 자체는 1913년 3월 샌프란시스코 〈불리틴〉지에 '활력'과 '생기’가 가득한 춤을 묘사할 때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규칙을 깨고 당김음을 쓰는 이국적이고 현란하고 강렬한 음악뿐 아니라 성행위를 뜻하기도 한 '재즈’는 시각 예술과 그래픽 디자인 영역까지 빠르게 영향권을 넓혔다.
이렇듯 '재즈’의 어원은 모호하게나마 밝혀졌으나 재즈라고 인지할 만한 음악이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략적인 탄생 시기부터 100년이 지난 뒤 재즈와 시각 예술의 공생 관계가 일련의 주요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에 공표된 것만은 분명하다. 시작은 2008년 후반과 2009년 사이에 파리의 케 브랑리 박물관에 이어 이탈리아 로베레토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재즈 100년 전시회였다. 2015년에서 2016년에는 슈투트가르트의 미술관에서 '아이 갓 리듬 : 1920년 이후의 미술과 재즈 전이, 2017년에는 뉴욕의 쿠퍼 휴잇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과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재즈 시대 : 1920년대 미국 스타일 전이 열렸다. 2018년 초에는 애스터 가문의 저택이었던 런던 템스 강가의 박물관, 투 템플 플레이스에서 열린 '리듬과 반응' 전이 그 뒤를 이었다.
모두 재즈가 미술 및 디자인 분야에 켜켜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전시회였다. 시작은 물론 미국이었으나 이 같은 인식은 곧 전 세계로 확산됐다. 재즈의 영역에서 한 축을 이룬 이들은 라벨이나 미요, 스트라빈스키 같은 클래식 작곡가가 재즈에서 발상을 얻어 작품에 녹여내듯 재즈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한 화가들이었다 재즈의 대담성과 즉흥성에 영감을 받아 그 특성을 표현한 사진작가와 악보 표지와 포스터, 공연 안내 책자, 명함에 이어 음반 커버와 포장지를 디자인한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또 다른 축을 이루었다.
재즈가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게 아니듯, 재즈의 탄생에 관해서는 제1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재즈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도 상당수가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에 이마 나타났다. 특히 재즈의 탄생에 영향을 미친 세기말 음악 형식을 통해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묘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방식의 선두에 선 사람들은 피스크, 딕시, 윌리엄스 등의 주빌리 합창단에 속한 가스펠 가수와 뮤지컬 배우, 코미디언 월리엄스와 워커와 같은 보드빌 배우였다. 또한 흑인의 춤뿐 아니라 백인 듀오, 버년과 아이린 캐슬 부부가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사교댄스도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또 다른 방식이었다
얼굴을 검게 칠한 백인 배우가 등장해 춤과 음악, 촌극을 섞어 공연하며 흑인을 희화화한 민스트럴 쇼와는 달리, 가스펠을 부르는 '주빌리’ 합창단은 흑인 순회 극단이었다. 가령 피스크 주빌리 합창단은 문서가 대부분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는 덕분에 악보를 사용해 공연했음이 밝혀졌다 피스크 합창단은 1871년에 본거지인 내슈빌부터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단원들은 보통 세련되고 진지한 음악인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앞쪽에는 기타와 밴조를 배치하고 정장 차림으로 하모늄(소형 오르간) 주위에 모여 세심히 계획한 포즈로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피스크 합창단의 뒤를 이어 유럽으로 간 윌리엄스 합창단도 해외 순회공연을 중요하게 생각해 말쑥한 정장과 드레스, 모자를 갖춰 입고 대륙 간 순회공연을 자주 다닌 경험 많은 피스크 합창단원들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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