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3)

 

2024.04.25 📖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3)


이 책의 제1장이 플리니우스인데, 어제 말한 것처럼 2장과 3장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1장을 읽고 이제 이어지는 사상가들 또는 정치가 이런 사람들을 보겠다. 왜 그런가 하면 2세기 초, 2세기 말, 이때 기독교의 상황 그리스도교 집단들이 어떤 상태에 있었는가 그리고 그 당시에 로마의 여러 단체들과 기독교 공동체가 어떻게 다른가. 또 로마 사람들은 기독교도들을 어떻게 보았는가. 이런 일종의 사회학적인 논의부터 살펴보고 나서 사상을 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자기가 쓴 대로 안 읽는다고 못마땅히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본 사람들처럼 기독교를 논박하기 위한 아주 좋은 자료를 얻었다 라는 그런 기쁜 마음으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윌켄의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은 2014년, 10년 전에 번역되어서 나왔는데 그 책이 나중에 나온 것이다.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을 보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에 있는 내용도 상당 부분 그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자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그리고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에는 로드니 스타크라든가 이런 사람들 얘기들이 많이 나와 있고 그다음에는 《그리고 로마는 그들을 보았다》보다도 훨씬 더 신학적인 얘기들이 많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출간된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출간되기는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먼저이고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이 나중에 출간되었는데, 번역은 역순으로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나온 번역이 훨씬 더 잘 다듬어져 있다. 확실히 10년 사이에 그런 영역들의,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데, 기독교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인데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들을 읽어봄으로써, 기독교도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독교가 도대체 무엇인가 또는 어떤 종교단체, 사회단체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방법론을 터득할 수 있다.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런 방법론을 터득하는 좋은 길잡이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꼭 기독교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어떤 특정한 이념 단체, 기독교는 분명히 이념의 단체이다, 이념의 단체가 등장했을 때의 그런 것들을 살펴보는 방법론을 터득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본다. 

2세기 초에는 그리스도교 집단이 5만 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로드니 스타크가 써놓은 책이 있다. 그 책[《기독교의 발흥》]도 그렇고 또 피터 브라운의 《기독교 세계의 등장》 또는 《고대 후기 로마제국의 가난과 리더십》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식해서 걱정인데, 무식한 데 비해서 수가 많으니까 이상한 것에 휘둘리고 한국 사회에 정말 좋지 않은 의미에서의 파당적인, 오늘 파당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는데, 파당적 영향력을 끼치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데 많이 기여하고 있다. 이 당시 2세기에 유대인 공동체, 디아스포라 유대인, 헬레니즘 세계, 지중해 세계에 널리 퍼져간 유대인 공동체가 4백만에서 5백만, 그 소수 민족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집단이었다.  

플리니우스가 기독교 집단을 지칭하면서 사용한 용어들이 '미신'(superstitio), '피딩'(hetaeria )인데, 파당부터 살펴보면, 3장 경건한 박해자들에서 미신에 대해서 다룬다, 그때 기독교도들을 가리키는 용어로는 에클레시아ecclesia라는 말이 먼저 있다. 기독교 공동체는 자신을 가리킬 때는 언제나 이 용어를 사용했다. 성서에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사도행전에 나오고 그다음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ecclesia는 원래 희랍에서 민회라는 말이다. 그것을 그대로 음차해서 라티움어에서는 썼다. 그냥 철자가 그대로이고 ekklēsia에서 ecclesia로 k가 c로 바뀐 차이밖에 없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스스로를 가리킬 때는 언제나 이 용어를 썼다고 되어있다. 사도행전의 9장 31절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 들어선 에클레시아", 나중에 쓰인 문헌들은 ecclesia라는 말을 쓰는데, 사도행전에만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서에는 없는 용어이다. 로마에서는 이 말을 평의회boule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민회’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그러니까 로마에서 ecclesia라고 쓴 것은 헬라스 세계에서 사용하던 용법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그 교회에서는 교회를 가리키는 말로 썼다.  

그다음에 christianus는 외부자들이 붙인 것이다. 이 말 역시 사도행전 11장 26절에 나온 표현이다. 자신들이 christianus라고 하지는 않았다. 피타고라스 학파, 에피쿠로스학파 그런 것처럼 christianus라고 썼고 hetaeria라고도 했는데, 이건 기독교도만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정치 당파나 단체 등을 가리킨 말이다. hetaeria는 헬라스 세계에서 정치적 공동체이기도 하고 사회적 공동체이기도 했던 폴리스가 구심점을 상실하기 시작한 3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면 이게 왜 그러는가. 가족보다는 좀 크고 국가보다는 작은, 간단히 말해서 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인데, 정치인이나 농장주나 군인 이런 고귀한 신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직능조합과 장례 상조 단체 그리고 특정 신을 숭배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종교 단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어쨌든 간에 이 세 개의 단체 소속감을 가졌던 것이다.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 당시에 로마 사람들도 기독교도들을 christianus라고 부르면서 이 사람들이 어떤 장례 상조 단체이면서 특정 신을 숭배하는 종교 단체구나 라고 이해를 했다는 것이다. 당대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단체를 이런 식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잘 드러나 보이는 문헌이 테르툴리아누스의 《호교론》이다. 

《호교론》을 보면 그리스도교를 하나의 콜레기움collegium, 단체라고 하는 말은 로마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표현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교는 불법 단체가 아니다, 호교론이니까 우리는 나쁜 짓 안해요 라고 하는 것을 말하는데, "경건한 양심과 일치된 규율, 희망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단체(corpus)", corpus는 단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조직체, 몸체body, 그다음에 "모임(coetus)이자 회합(congragatio)"라고 한다. factio는 파당인데, 파당은 조금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고 자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ecclesia는 단어를 이 책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마 사람들이 읽으라고, pagan들이 읽으라고 쓴 책이니까 ecclesia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저작에서는 ecclesia라는 단어를 쓴 것은 기독교도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이고, ecclesia 아닌 것들은, 즉 pagan을 상대하기 위한 책들에는 ecclesia가 아닌 여러 단어들이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테르툴리아누스가 corpus, coetus 그다음에 congragatio라는 말을 썼다고 하는 것은 로마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나쁜 뜻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들이pagan 조직한 단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런 일을 합니다 라는 것. 윌켄의 책에서는 그런 부분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지는 않은데, 로드니 스타크라든가 피터 브라운의 《고대 후기 로마제국의 가난과 리더십》을 읽어보면 소속감이 유독 달랐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것들이 기독교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어쨌든 엄청나게 큰 호감을 얻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적대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아야겠다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여기까지 일단 읽겠다.  

다음 주에 다시 이어서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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