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목록 대조표, 한국어 성서의 역사 | 《성서, 역사와 만나다》

 

성서목록 대조표

 

 

한국어 성서의 역사

성서가 한반도에 처음 전해진 때는 1816년(순조 16년) 9월 5일이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해안을 측량하던 영국 배 한 척이 오늘날 충청남도 서천군 마량진에 상륙하여 한 권의 영어성서(제임스흠정역으로 추정)를 관리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한문 성서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8년 후다. 1832년 보령 인근 고대도에 상륙한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그는 한반도에 들어온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이기도 하다)는 순조에게 두 권의 한문 성서를 바쳤으며 국왕의 회신을 기다리며 백성에게 성서를 나누어 주었다. 1865~66년에 두 차례 조선을 방문하고 결국 순교한 영국인 선교사 로버트 토머스도 평양 사람들에게 한문 성서를 보급했다.

성서의 몇몇 구절을 발췌하여 옮긴 것을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한글로 표기된 한국어 성서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1882년이다.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메킨타이어와 존 로스는 만주에서 박홍준, 서상륜, 박홍준, 이응찬 등의 도움으로 1882년 3월 24일 『예수성교 누가복음젼셔』, 5월 12일 『예슈성교 요안늬 복음젼셔』를 차례로 출간했으며 1887년에는 한글로 된 최초의 신약성서 완역본인 『예슈성교젼셔』 (로스 역 성경이라고도 불린다)를 출간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조선 수선사 일행 중 하나였던 이수정이 한문 성서를 한국어로 옮겼다. 그는 『산약성서 마가전』(1884)을 필두로 『마태전 』, 『누가전 』, 『요한전 』, 『사도행전』 등을 차례로 번역했고 이를 모아 요코하마에 있는 성서공회를 통해 1887년 『현토 한한 신약성서』를 출간했다. 이 번역본은 복음서와 사도행전만 있는 역본이었으며 완전한 한글 번역본이 아니라 한문에 토를 단 성서였지만 한국초기 개신교 역사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한반도에 들어올 때 이 번역본(마가복음 번역본)을 들고 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893년 한글 성서 번역 사업을 관장하는 '상임성경실행위원회'가 조직되었고 그 아래서 구체적으로 번역을 하는 실무자들이 모인 '성경번역자회'가 조직되었다. 당시 성경번역자회의 구성원은 언더우드, 게일, 아펜젤러, 스크랜턴, 트롤로프 등이 있었으며 1895년에는 레이놀즈가 추가로 번역위원이 되었다. 번역자회의 구성원들은 (제임스흠정역을 개정한) 미국표준판ASV을 주요 대본으로 삼아 각자가 맡은 성서 문헌을 번역했다(한국인 조사들은 한문 성서와 일본어 성서를 대본 삼아 선교사들의 번역을 도왔다). 그 결과 1900년 『신약젼셔』가 출간되었고 (1910년 번역이 완결된 구약성서와 하나로 묶여) 1911년에는 『성경젼셔』가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는 초창기 번역으로 여러 면에서 미숙했고 체계적인 교정과 편집 작업 없이 나온 번역본이었기에 여러 군데서 오류가 나타났다. 이에 1911년에는 '구약개역자회', 1926년에는 '신약개역자회'가 조직되었고 영국성서공회가 발행한 히브리어 성서, 네스틀레의 그리스어 성서을 참고로 하여 대규모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개정 작업은 1937년 완료되었고 1952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다시금 수정작업을 거친 뒤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라는 이름의 공인역 개정 성서가 나왔다. 이 성서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선교사, 한국 그리스도교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본 역사적인 번역본이며 실제로 한국 개신교 대다수 교회는 오랜 기간 이 번역본을 '공인본'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문헌학적 관점에서 이 성서는 성서 원문에서 직접 번역한 성서가 아니며 영어 성서를 주요 대본으로 하고 한문 성서, 일본어 성서를 참고한 중역본이라는 한계도 분명했다(이에 따라 1998년에는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을 대폭 개정한 『성경전서 개역 개정판』(1998)이 나왔다).

한국 학지들이 성서 원문에서 옮긴 최초의 원전 역본은 『신약전서 새번역』(1967) 이다. 애초에는 신약 번역을 마친 후 구약전서 번역도 착수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개선교와 로마 가톨릭이 함께 성서를 번역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작업은 중단되었고 대신 1977년 개신교의 문익환과 로마 가톨릭의 선종완이 주축이 되어 번역한 『성서 - 공동번역』이 나왔다(1999년에는 이 역본을 수정하여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이 나왔다). 이 번역본은 '공동번역성서'라 불리는데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이 공동으로 번역했다는 점, 직역에 가까웠던 기존 성서 번역본과는 달리 내용동등성 번역 즉 의역을 택해 한국 현대인이 쓰는 현대어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개신교 교회에서는 여러 이유를 들어 '공동번역성서' 사용을 반대했고 결과적으로 공동 작업이 갖는 의미를 존중하는 일부 개신교(성공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로마 가톨락 정교회에서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 로마 가톨릭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관으로 자체 성서 번역본(『성경』 (2005))를 출간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성공회와 정교회에서만 '공인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1993년 대한성서공회는 쉽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성서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표준새번역 』 성서를 발행했다(2001년 개정판을 발행했고 2004 년에는 『새번역』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 번역본은 『성경전서 개역한글판』과 견주었을 때 쉽고 현대 한국어를 대폭 사용했으며 다른 번역본들과는 달리 히브리어 본문의 전통과 세계 교회의 전통을 따라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 네 글자(YHWH)를 '주'主로 번역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외에도 『현대인의 성경』, 『쉬운 성경』, 『우리말 성경 』, 『200주년 신약성서』 등이 일반 서점 및 그리스도교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어 성서와 그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이들은 민영진이 쓴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두란노, 1996), 『성경의 탄생』(옥당, 2011)에 수록된 '한국어 성서 번역의 역사', 민경식이 쓴 『신약성서, 우리에게 오기까지』(대한기독교서회, 2005), 『성경 번역의 역사』(포이에마, 2011) 중 이상규가 기고한 '한글 성서 번역의 역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도 한국어 성서의 역사와 각 번역본의 특징에 대해 자세한 소개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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