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4) ─ 史通, 內篇 - 六家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4. 12. 31.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통史通」을 듣고 정리한다.
2024.12.29 δ. 사통史通(4)
유지기의 《사통史通》 내편의 첫 번째 챕터는 육가六家이다. 유가는 지난번 분류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육가六家는 역사의 학파들을 나누고 있다. 《사통史通》은 이중구조로 되어 있는데, 번역자인 오항녕 교수가 해놓은 역사서의 연원과 종류를 보면 육가六家, 이체二體, 재언載言으로 되어있고 잡술雜述이 있는데, 잡술雜述은 지난번에 말했듯이 부문사 또는 특수사 이런 것들이겠다. 오늘은 육가六家를 설명하겠다. 그런데 육가六家와 이체二體는 어떻게 다른가. 오늘은 육가六家 전체를 설명하는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 중국의 역사에서 6개의 역사 서술 방식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당나라 때 유지기가 보기에는 2개가 남았다는 것으로, 이체二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즉 육가六家와 이체二體를 합하여 8개가 있는 게 아니라 육가六家 중에서도 2개, 좌전左傳과 한서漢書가 남아서 2개가 남았다는 것이다. 육가六家는 분량이 많은데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 정도만 그리고 고문상서古文尙書라든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라든가 이런 것들에 관한 얘기는, 사기史記에 관한 것은 계속해서 나오니까 그때 또 보기로 하고, 편년체로는 이제 좌전左傳이 있고 한데 전목 교수의 《사학명저강의》를 봐도 자세하게 있다. 지금은 중국 사학명저들에 대해서 우리가 공부를 하려고 이것을 하는 건 아니고, 역사 서술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세한 얘기는 지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 고문상서와 금문상서가 있다 하는 얘기들도 있는데 그런 연원이라든가 어떤 것이 진본이고 어떤 것이 위서인가 하는 것들은 우선 두고, 여기 이 책에서 유지기가 얘기하고 있는 것만 정리해서 말하려고 한다.
상서尙書라고 하는 것은 고문상서 그러니까 서경書經으로 알려져 있는 텍스트이다. 공자가 왕실의 소장 도서를 조사해서 우虞 · 하夏 · 상商 · 주周 4대의 옛 기록을 발견하였고 주요 부분을 추려서 상서 100편을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하·상·주 3대가 춘추인데, 고고학의 발견, 중국 문명 고고학 책들에 따르면 엄청난 문명을 이룩했다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보면 상서의 목적이 어디 있는가, 이 목적에 좀 주의해 둘 필요가 있다. "왕도 정치의 올바른 의미를 드러내어 신하들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역사서의 목적이라고 보다는 교훈이다. 소이선왕도지정의所以宣王道之正義 발화언우신하發話言扵臣下. 여기서 목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은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 왕도의 올바름을 드러내어서 신하들에게 전달한다. 올바름이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역사책에 상서가 왜 중요한가. 유지기가 역사를 쓰는 태도와 조금 구별되는 지점이 있는데, 유지기는 이것을 그렇게 중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지기는 정확한 역사적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경과 사의 결합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에 대해서 그렇게 공부가 되어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까 유지기는 상서를 읽기가 좀 힘들었다고 말했는데,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정확한 사실을, 사건이든 언명이든 그것을 정확하게 밝혀내서 잘 정리하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면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 즉 올바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 간단한 것 같아도 상서가 목표로 갖고 있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주나라가 기운 뒤에는 전통이 이어지지 않았다 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주서周書라고 하는 것이 상서와 같은 정도로 공자가 편찬한 것이 있다 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조금 보충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전목 교수의 책을 보면 상서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부분이 서주, 동주가 있고 서주가 있는데, 동쪽에 있다가 서쪽으로 천도한 뒤로는 서주라고 하고 그것을 다 묶어서 주나라라고 하는데, 상서의 주서 중에서 서주에 관한 부분이 서주서西周書인데, 우虞 · 하夏 · 상商 · 주周 4대의 옛 기록을 했다고 했는데, 우나라를 다룬 부분, 하나라를 다룬 부분, 상나라를 다룬 부분이 우서 · 하서 · 상서인데, 이는 문제가 있고 서주서가 가장 믿을 만한 부분이라고 전목 교수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전목 교수의 독자적인 견해가 아니라, 유지기는 당나라 때니까 아직 문헌의 진본과 위서 이런 것들의 문헌 비평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이다. 그러니까 전목 교수의 얘기를 여기서 신뢰해야 되겠다. 그래서 상서 중에서도 고문 상서가 있고 금문상서, 옛날 상서가 있고 요즘 상서가 있다는 얘기인데, 금문상서 28편이 믿을 만한 것이고 그것을 다시 분석하면 거기서 서주서가 가장 믿을 만한 것이다. 물론 동쪽에 수도를 두고 있던 동주서가 있지만 후일에 첨가된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면 상서에서 왕도의 올바름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전목 교수의 말로는 상서라는 책의 배후 인물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왜 썼는가. 서주서西周書라고 하는 것이 상서에서 핵심 포인트인데, 서주서의 배후인물이 바로 주공으로, 주공을 굉장히 중요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러면 왜 주공을 주목해야 하는가. 즉 서주서西周書라고 하는 텍스트는 주공을 주목하게 하는 텍스트이다. 그리고 주공을 주목하게 함으로써 왕도의 올바름을 신하들에게 전달한다. 왕도의 올바름을 드러내어 보이는데, 주공을 중심으로 해서, 공자는 일생 동안 주공을 숭배했다. 꿈에 주공을 뵌 지 오래되었다는 말은 주공의 올바름을 공자는 이어받으려고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서라고 하는 텍스트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를 드러내 보여주는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주공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이다. 서주서의 중심 인물은 주공이고 주공이 바로 왕도지정의王道之正義와 연결되어 있다고 우리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역사책이라고 하는 것을 이렇게 쓰면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역사학계 전공자들이 얘기하는 역사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서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두 번째 춘추가春秋家. 이것은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상나라라고 하기도 하고 은나라라고 그러기도 한다. 춘추는 공자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명칭을 보면, 날마다 일어나는 사건을 모으고 다시 그날그날을 모아 달을 만들고, 그러니까 하루의 사건을 모아서 달을 만들고 봄에 여름을 포함시키고 가을에 겨울을 포함시켰다. 그러니까 1년 내내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아니라 춘추春秋라는 말이다. 1년은 사계절이 되는 까닭에 여름과 겨울을 빼고 이 책의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춘추라는 게 왜 그런가. "과거의 일을 통달하여 아는 것이 상서의 교화이고, 간략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통해 사실을 서술하는 것이 춘추의 교화이다." 공자가 했다는 말이다. 속사비[차]사屬辭比[此]事 춘추지교春秋之教. 간략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통해 사실을 서술한다. 오항녕 교수가 많이 풀어서 번역을 해놓아서 읽기가 좋다. 속사屬辭는 말에다가 부여한다는 얘기로, 이 일을 말 속에다 집어넣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응축시켜서 문장을 쓰는 것이 바로 춘추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간략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엄청 많이 해야 되겠다. 장황하게 길게 서술하기보다는 이 일, 비[차[사比[此]事에 대해서 이 일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이것을 굉장히 많이 생각을 해보는 것이 춘추를 쓰는 사람의 정신이겠다. 많이 생각한다는 것은 곱씹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reflexion을 되풀이하고 되풀이해서 하나의 단어를 얻어낸다 하는 태도로 사유를 하고 그것이 필요하겠다.
"행사에 근거하고 인륜에 따라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밝히고 잘한 일은 공을 기렸으며, 일원을 세어 역수를 정하고 조빙을 기록하여 예악을 바르게 했다." "행사行事에 근거하고", 행사라고 하는 것은 행해진 일, 행해진 일에 근거해서, 그러니까 사실에 근거해서 쓴다는 것이다. "인륜에 따라", 사람의 도에 따라, 여기에 가치 평가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historical fact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앞에 상서와 유사한 얘기가 개입되어 들어가 있다.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밝히고", 일어난 일을 숙고하고 그것을 판단해야 되는데, 판단할 때는 인도人道에 따라서 인륜에 따라서, 중국의 사상 체계로 말하자면 천리를 인간이 내려받아서 품수한 것이 인도이다. 그것을 품수한 것에 따라서 판별하고, "잘한 일은 공을 기렸으며 일월을 세워 역수를 정하고 조빙을 기록하여 예약을 바르게 했다." 조빙은 조정에서 신하가 임금을 만나는 일이나 나라끼리 사신을 보내는 일을 말한다. 이를 보빙사報聘使라고 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다 보면 나오는데, 1800년대 후반 러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니까 미국에서는 조선에다가 공사를 보냈는데, 답방 형식으로 민영익을 대표로 한 사절단을 워싱턴으로 보내고 그들이 유럽을 견학을 했다. 그것을 보빙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답방의 형태로 파견하는 사절단이다. 조선의 형편으로는 미국에다가 공사관을 개설할 수가 없으니까 일단 사절단을 보내는 것, 그 사절단이 보빙사이다. 그러니까 보빙사라고 하는 것은 일단 내부적으로는 신하가 임금을 만나는 것도 조빙이고, 그다음에 나라끼리 사신을 보내는 것이 보빙이다. 춘추필법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가. 그냥 역사책을 잘 기록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상서하고 같은 정신을 가지고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다. 포폄褒貶을 하고자 하는 것을 가지고 역사를 서술하게 된다고 하면 그게 바로 이제 춘추필법이 되겠다. 역사적 반성historical reflection을 계속해야 된다. 요즘에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말인 과거가 현재를 살린다는 말,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는 말이 그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행적을 기억하고 그렇게 기억한 것들을 오늘의 삶에다가 집어넣어서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 그게 인도人道, 인륜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니까 역사라고 하는 것은 어떤 특정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세 번째는 좌전가左傳家로, 좌구명左丘明이 쓴 춘추의 경을 이어 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춘추좌씨전이다. "전이라는 말은 옮기다는 뜻으로, 경문의 뜻을 옮겨 받아 뒷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전수경지轉受經㫖 이수후인以授後人. 경의 뜻을 이어받아, 앞에 있는 受는 받을 受이고, 뒤에 있는 授는 전해줄 수授이다. 그래서 교수敎授는 가르쳐서 전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 지점을 주목해 봐야 된다 라고 생각하는데, 유지기는 어렸을 때 공부할 때 좌전을 잘했다고 했다. 좌전을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하니까 잘하고, 잘하다 보니까 더 좋아하게 되고 그랬다. 그런 선순환에 들어간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에 평가가 있다. "좌전에서 춘추의 경문을 해석한 것을 보면, 말은 경문에 나오지만 사건은 전에 상세하며, 전에는 없어도 경에 있는 것도 있고, 경에 누락된 것이라도 전에 남은 것이 있다." 그러니까 경문에는 말만 있더라는 것이고, 그것이 어떤 사건에 근거해서 일어났는지는 안 나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앞에서 춘추는 간략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통해 사실을 서술한다고 했다. 번역은 사실[事]이고 여기는 사건[事]이라고 되어 있다. 일 사事니까 사건이 적당할 것 같다. 여기서는 일 사事와 말씀 언言자를 계속해서 구별해서 쓰고 있다. "말은 경문에 나오지만", 언경경문이사상전내言見經文而事詳傳內, 여기서는 말 그대로 말이다. 말言 그리고 사건事이다, 그다음에 "사건은 전에 상세하며", 이게 불만인 것이다. "전에는 없어도 경에 있는 것도 있고, 경에 누락된 것이라도 전에 남은 것이 있다." 이 부분을 포인트를 잡고 한번 봐야 되는데, "말은 경문에 나오지만 사건은 전에 상세하며", 좌전은 사건을 상세하게 서술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춘추는 사건을 상세하게 서술하기보다는 말에다가 사건을 응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춘추는 말에다가 사건을 응축시키고, 좌전은 사건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말에다가 응축시키는 그런 태도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유지기가 어떤 역사책이 좋은가 라고 말하는 기준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 언어는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사실은 상세하고 넓으니, 실제로 성인의 보좌라 할 만하며, 으뜸가는 역사서라고 하겠다."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다고 했는데, 앞에 춘추에서 간략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것과는 다르다. 언어는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는, 그러니까 말은 적은데도 사실은 상세하고 넓다고 하는, 유지기는 좌전을 으뜸가는 역사서라고 평가한다. 이것이 훌륭한 역사서의 기준이다. 사건을 굉장히 응축을 해서 그 응축된 것들을 말로 어떻게 해서든지 집약을 해보려는 태도가 훌륭한 역사서가 아니라 최대한 사건을 상세하게, 기사상이박其事詳而博, 상세하고 넓게 서술하는 것, 그래서 유지기는 좌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나 한다. 마지막에 "오늘날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은 좌전가와 한서가 뿐이다"라고 얘기를 했다.
졸拙이라고 하는 말, 졸작拙作이라고 하면 작품이 형편없다, 두드러지지 않고 뛰어나지 않다고 할 때 쓴다. 나의 책이라고 할 때도 졸저拙著라고 얘기하는데, 그 졸拙이라는 단어가 수준이 떨어지는 탁월하지 못한 것을 가리키는 말도 되지만 온갖 것을 다 응축해서 집약해서 가지고 있는 것을 졸拙라는 말로도 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지기는 그런 졸拙의 맛을 잘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좌전에 대한 전목 교수의 평가를 보면 "오로지 역사적 가치만 가지고 말한다면, 춘추는 좌전에 미치지 못한다." 역사적 가치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역사적인데, 그것만 보면 춘추는 좌전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식견의 측면에서 보면 춘추가 훨씬 위에 있다. 왜 그러한가.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통해서 사건을 서술한다는 것이다.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은, 그 깊은 의미를 가진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곱씹고 반성하고 되풀이해서 생각한 사유가 있다는 것, 그게 말하자면 식견이다. 식견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그것이다.
네 번째로는 국어가國語家, 나라의 말이다. 語라고 하는 것에 주목해야 되는데, 나라의 말이니까 제국을 각기 나누어서 기록하였으니까 제국별로 읽으면 되고, 그런 다음에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전국책戰國策을 편찬했다고 한다. 대개 국어와 전국책 이렇게 묶음으로 얘기가 된다. 전국책은 제목에서 책策인데, 책은 형식적인 내용을 보면 시대 순을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죽간과 같은 표현을 채택했다. 그냥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전국시대 유세가들의 책략이 주요 내용이다. 유세가라든지 그 사람들을 종횡가縱橫家라고 부른다. 전국책은 국어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종횡가들의 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춘추도 중요하고 다 중요한데 전국책이 중요한 것은 전국책에 비교될 수 있는 역사책을 한번 거론해 보라고 하면, 그 내용과 형식이 다 있는 것은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국어와 비슷한 부분이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다. 사건을 기록한 기사記事, 그다음에 종횡가들의 말을 포함했다고 하니까 기언記言 또는 기화記話, 말을 기록하거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두 가지가 다 나와 있다. 연설이 쫙 있다. 그러니까 천병희 교수님이 그 뒤에 연설목록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그 연설이 굉장히 중요하다. 말言과 사건事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게 역사이다. 역사라고 하는 건 그 두 가지를 다 기록해야 된다. 예를 들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말인데, 그 텍스트만 놓고보면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텍스트를 만들어낸 사건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게티스버그 연설을 이해하려면 게티스버그 연설을 하게 한 사건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사건들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다. 사건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벌어졌을 뿐이다. 생기生起, 생겨나서 일어나는 것, 이벤트이다. 그 사건은 말로써 해명이 된다. 그러니까 사건에 근거해서 사건을 이해하려는 말과 그 해명이 바로 사상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사상사를 연구한다고 하면 반드시, 그러니까 철학사와 사상사가 구별된다. 철학사는 그 특정한 철학자의 철학 또는 철학 사조가 어떻게 해서 등장하였는가를 연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논리적 구조만 따져서 물으면 된다. 그런데 왜 플라톤은 안 한 얘기를 데이비드 흄은 했을까 라는 것을 따져 물으면 사상사가 되는 것이다.
사기가史記家는 사마천司馬遷에서 출발한다. 각주에 보면 사기史記라는 말은 일반적인 보통 명사다, 사마천이 쓴 역사책은 태사공백삼십편으로 불리기도 했다 라는 얘기가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서는 이 뒤에 나오니까 길게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유지기가 사마천의 사기가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지 않고 여기저기 막 얘기가 흩어져 있다. 이게 사기류의 결점이고, 사건을 설명하는 말은 중언부언 한 셈이니, 이것이 편찬 내용의 측면에서 볼 때 갖는 번잡함이다."라고 했다. 예전에 사마천의 사기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면 교묘한 교차 편집이 있다고 공부했다. 즉 본기本紀에서 한 얘기를 읽다가 열전列傳으로 가면 얘기가 보충되어 있고 본기에다 넣기 곤란한 것을 열전에 넣어서 함께 읽으면, 다시 말해서 크로스체크를 할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또는 다면적으로 다각적으로 그렇게 서술했다. 그런데 유지기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제가 보기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라고 하는 말이 유지기가 가지고 있는 사기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인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사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읽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 부분을 떼놓지 않고 읽고, 그다음에 뒤에서부터 앞으로 읽고, 부분 부분 읽고 해서 전체를 밑에다 놓고 상위에서 전체를 이렇게 내려다볼 때 역사라고 하는, 그 특정 시기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조망이 된다, 사마천은 그것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유지기는 이렇게 생각을 한 것 같다.
한서가漢書家의 기원은 반고班固에 있다. 첫 번째 단대사斷代史이다. 상서는 주나라 역사인데 서주 이후의 춘추시대, 전국시대 진나라 목공까지를 서술했고 끝을 못 냈다. 그다음에 춘추는 노나라의 문화를 서술했는데 애공까지를 얘기했고, 사기는 한무제 때 쓰여졌으니까 한나라 초엽까지이다. 그런데 한서는 후한의 건국부터 패망까지 유씨 왕조의 흥패를 모두 밝혔으니까 "전체 왕조국가를 포괄하여 하나의 역사서를 편찬했다"고 되어 있다. 포거일대包舉一代 찬성일서 撰成一書, 일 대를 다 포괄해서 하나의 역사서를 편찬했다. 그러니까 단대사이다. 중국에서는 정사와 야사가 있는데, 첫 번째 정사는 사마천의 책이고 두 번째 정사이다. 이렇게 6개의 역사서의 종류를 논의를 한 다음에 마지막에 이렇게 얘기를 한다. "오늘날 이어받을 수 있는 것은 좌정가와 한서가 뿐이다." 이 둘이 근본 뼈대라는 말이다. 유좌전급한서이가이이唯左傳及漢書二家而已. 그래서 이제 두 번째 챕터인 이체二體가 성립한다고 하겠다.
'강의노트 > 책담화冊談話 2021-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5) ─ 史通, 內篇 - 二體 (2) | 2025.01.02 |
---|---|
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3) ─ 史通, 緖 (1) | 2024.12.26 |
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2) ─ 史通, 緖 (2) | 2024.12.22 |
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1) ─ 史通, 緖 (4) | 2024.12.15 |
책담화冊談話 | 공공역사란 무엇인가 3-2 (5) | 2024.11.22 |
책담화冊談話 | 공공역사란 무엇인가 3-1 (1) | 2024.11.22 |
책담화冊談話 | 공공역사란 무엇인가 2-2 (0) | 2024.11.15 |
책담화冊談話 | 공공역사란 무엇인가 2-1 (0) | 2024.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