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5 파시즘 10


파시즘 - 10점
케빈 패스모어 지음, 이지원 옮김/교유서가


책읽기 20분 | 파시즘  [ 원문보기]

“이 책의 초판에서 내가 제시한 파시즘의 정의는 그릇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와 베버주의, 전체주의 이론의 장점들을 종합하면 파시즘에 대한 더 나은 정의에 이르리라는 가정이었다. 그 정의에서, 나는 파시즘의 사상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혁명적 포부와 반동적 동기 모두를 균형있게 강조했다.”


“파시즘을 다른 개념과 구분 짓는 유일한 점은, 엄청나게 부정적인 도덕적 함의다.”


“나치가 파시즘이라는 명칭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 혹은 거부했는지, 그들이 이탈리아 파시스트 체제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로부터 무엇을 차용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차용한 것들을 다른 사상 및 실천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탐구하는 편이 낫다.”




오늘은 제1장 'A이면서 A가 아닌': 파시즘이란 무엇인가를 보겠다. 이 책을 처음에 읽기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저자가 새롭게 쓴 책이다. 초판을 개정해서 개정판을 내놓았다. 서지사항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저자가 어떤 부분을 개정했는가는 39페이지를 보면 "이 책의 초판에서 내가 제시한 파시즘의 정의는 그릇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와 베버주의, 전체주의 이론의 장점들을 종합하면 파시즘에 대한 더 나은 정의에 이르리라는 가정이었다. 그 정의에서, 나는 파시즘의 사상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혁명적 포부와 반동적 동기 모두를 균형있게 강조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초판을 보면 저자가 파시즘에 대해서 박스 안에 정리해 놓은 것이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수정판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보니까 줄기가 없이 이것저것 잡스럽게 모여있을 뿐 그 정의를 가지고 뭔가를 해볼 수 있는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시즘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왜 이렇게 정의가 어려운가. 적어도 이 책의 초판을 번역할 때부터 지금까지 파시즘에 관해서는 골고루 읽고 정리하고 강의하고 해봤는데 파시즘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39 이 책의 초판에서 내가 제시한 파시즘의 정의는 그릇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와 베버주의, 전체주의 이론의 장점들을 종합하면 파시즘에 대한 더 나은 정의에 이르리라는 가정이었다. 그 정의에서, 나는 파시즘의 사상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혁명적 포부와 반동적 동기 모두를 균형있게 강조했다.


그래서 그것을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파시즘의 모순적 성격이 기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 모순적 성격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변형태로 이루어진 것이다. 보수주의자이기는 한데 기성 지배계급을 부정하고 새로운 엘리트 세력을 주장한다 이러면 보수주의자라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어버린다. 또한 좌파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또 노조를 탄압하면서도 자칭 노동자단체를 만들었다. 이런 것을 보면 보수주의에서 시작하였다 해도 상황이 변하면 이런 저런 이론을 가져다 썼다.


40 나는 파시즘의 모순적 성격이 그 기원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파시스트들은 불만에 찬 보수주의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들은 좌파, 사회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그러다 보니 42페이지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정의는 선택적이다." 그래서 "파시즘의 여러 양상 중에서 일부는 우선시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 어디에다가 그런 파시즘을 정의하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표준 사례가 있는가. "다른 학자들은 이탈리아 파시즘과 나치즘이라는 두 개의 '표준적' 사례를 기반으로 정의를 도출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지만 어째서 나치즘은 표준적이며, 예컨대 루마니아의 철위대나 에스파냐의 팔랑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일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베버주의적인 접근이든 마르크스적인 접근이든 전체주의 접근이든 이런 접근법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파시즘의 일부분만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파시즘을 여러 의미를 포괄하는 편의적인 명칭으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사실은 정의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앞서 설명한 파시즘의 정의들은 저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들 중 어떤 정의도, 심지어 우리가 그들을 모두 합치더라도,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파시즘을 정의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저자는 파시즘에 대한 정의를 포기했다고 본다.


42 모든 정의는 선택적이다. 정의는 파시즘의 여러 양상 중에서 일부는 우선시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


44 다른 학자들은 이탈리아 파시즘과 나치즘이라는 두 개의 '표준적' 사례를 기반으로 정의를 도출할 것을 권고한다. 그렇지만 어째서 나치즘은 표준적이며, 예컨대 루마니아의 철위대나 에스파냐의 팔랑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일까?


46 나는 파시즘을 여러 의미를 포괄하는 편의적인 명칭으로 사용한다.


46 내가 앞서 설명한 파시즘의 정의들은 저마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준다.


46 그러나 이들 중 어떤 정의도, 심지어 우리가 그들을 모두 합치더라도,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딱 한가지 파시즘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파시즘을 다른 개념과 구분 짓는 유일한 점은, 엄청나게 부정적인 도덕적 함의다." 물론 리버럴 같은 말도 경멸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파시즘만큼 경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파시즘이라는 말을 쓰면 특정 집단을 모욕하기 위해서 쓰인다. "파시스트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는 거의 없는 반면, 적에게 파시스트라는 효과적인 낙인을 찍고 싶은 유혹은 강하다." "어떤 정의가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욱 효과적인 비방수단이 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우리는 파시즘의 정의가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시의 활동가들에게 파시즘은 매우 실제적인 개념이었다. 파시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들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고, 여러 집단이 서로에 대해 반응하는 양상을 결정지었다. 따라서 나치즘이 파시즘의 한 형태인지 아닌지에 대한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나치가 파시즘이라는 명칭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 혹은 거부했는지, 그들이 이탈리아 파시스트 체제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로부터 무엇을 차용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차용한 것들을 다른 사상 및 실천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탐구하는 편이 낫다." 이것을 좀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 중에서 공통적인 것을 추출해내고, 그것에 일정한 법칙성이 발견되면 그것을 묶어서 개념으로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귀납이라고 불리는 절차를 수행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놓은 정의를 가지고 다시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관찰한 다음에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 있으면 그 정의 아래 현상들을 포섭한다. 그런데 파시즘은 그렇게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들 스스로가 파시스트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또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는 다른 집단들과 어떤 영향 관계가 있는지를 탐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게 2장부터 이어지는 논의다.


47 파시즘을 다른 개념과 구분 짓는 유일한 점은, 엄청나게 부정적인 도덕적 함의다.


47 파시스트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는 거의 없는 반면, 적에게 파시스트라는 효과적인 낙인을 찍고 싶은 유혹은 강하다.


48 어떤 정의가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욱 효과적인 비방수단이 된다.


48 우리는 파시즘의 정의가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시의 활동가들에게 파시즘은 매우 실제적인 개념이었다. 파시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들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고, 여러 집단이 서로에 대해 반응하는 양상을 결정지었다. 따라서 나치즘이 파시즘의 한 형태인지 아닌지에 대한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나치가 파시즘이라는 명칭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 혹은 거부했는지, 그들이 이탈리아 파시스트 체제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로부터 무엇을 차용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차용한 것들을 다른 사상 및 실천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탐구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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