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논어에 들어가기 전에 이블린 언더힐의 <대림절 묵상> 소개한다. 원어로는 Advent with Evelyn Underhill.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오는 사건이야말로 정말 목숨을 걸고 기다려야 하는 사건. 종교는 본래 무엇인가, '신성한 우주를 건립하는 기획' 이것이 종교다. 유교를 종교로 볼 수 있는가, 사상체계로 볼 것인가라고 말할 때 유교에 과연 신성함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신성함이 있다 그래서 종교라고도 볼 수 있다. 금기가 설정되면 신성함에 대해 의식이 있는 것. '신성한 우주를 건립하는 기획' 여기서 우주라 함은 이 세계를 다시 쓰는 전혀 다른 시선에서 보는 것. 기독교라는 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땅에 옴으로 해서 성립이 되었고, 구약의 전통을 일신하고 신성한 우주를 새로 만들어 세웠다. 기독교 종교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와서 신성한 우주를 새로 만든 이 기획을 일년에 한번씩 기념하면서 새롭게 거듭나고 갱신하는 것. 고전 텍스트가 좋은 점이 뭐냐면 한번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닌 여러 번 읽음으로 해서 고전 텍스트를 통하여 자기를 갱생하는 것. reformation.Advent . 예수 그리스토가 옴으로해서 대림절부터 성탄절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것.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새롭게 건립된 이 신성한 우주에 대해서 깊이 묵상하는 것. 대림절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 이 기간 동안은 말하자면 고요한 죽음. 임재하는 신이 다시 올 것을 기다리는 것. 다르게 말하면 '목숨을 건 도약 Salto Mortale'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이전 것을 완전히 폐기하고 새로운 것이 reform된다는아이디어가 별로 없는데 동아시아에서 나온 종교들이 종교 같은 분위기를 안가지는 이유가 reform이 없기 때문. 그런데 서양에서 보면 '목숨을 건 도약 Salto Mortale'이라는 것이 있다. 이슬람교도 그렇다. 이러한 표현들을 사상가들도 가져다 쓴다. 예를 들면 아주 반 종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물건을 만들때 자본이 투여되어서 생산과정을 거쳐서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결합하여 상품이 된다. 이 상품이 팔리면 이윤이 붙은 것. 이 상품은 마켓으로 가야하는데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느냐 안팔리느냐 . 안팔리면 모든 것이 헛것'이라고 말할 때 이것을 목숨을 건 도약으로 표현한다. 아주 물질주의로서 돌아가는 자본의 사이클을 설명할 때도 이러한 표현들이 들어간다. 대림절 묵상. 한번씩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공부할 때는 특히나 이런 고전 텍스트를 읽고 공부할 때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공부가 되지 않는다. 무목적적으로 해야한다. 한마디로 '문을 닫아야 한다'. <논어> 이인편(里仁篇)을 보면 子曰朝聞道 夕死可矣(자왈조문도 석사가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도라고 하는 것은 바로 진리. 진리는 그 자체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고, 목숨을 걸고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항상 이런 자세에 임해서 공부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공부 그 자체를 재미있고 즐기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하면 좋겠다. 공자 강의를 시작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깊이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논어에 대해서, 공자, 유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이 굉장히 단편적이고 또는 편견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주의 해야한다. 우선 역사적 맥락에 살펴봐야 한다.
4주에 걸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우선 공자라고 하는 사람을 비롯한 제자백가들이 활동했던 당시의 중국의 상황 그리고 그들의 학술이론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그런 다음에 논어라고 텍스트에 대해서 공자가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것이 무엇인가 이것을 논어라는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대조해가면서 얘기해 본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찾아내서 텍스트를 읽는다. 또한 유가의 텍스트의 고전 텍스트를 읽었으니 가장 유가와 대립되었던 법가를 살펴 본다.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 세계의 철학을 이해하고 사상을 읽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책들을 소개한다.
먼저 오늘 소개하는 책들.
시라카와 시즈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님이 쓰신 <문자강화>도 당연히 사서 읽어야 한다.
그 다음이 카이즈카 시게끼 <공자의 생애와 사상>
이 책은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공자 평전이라기보다는 공자의 시대가 어떠한가, 공자가 세운 학설 전통이 어떠한가를 다루고 있는 책. 정치가로서의 공자도 얘기하고 있다. 또한 공자의 제자들, 공자의 학파는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고, 앞길을 찾아나갔는가 이런 것을 사상적으로 다루고 사상운동으로서의 유가 입장을 다룬다. 실제 공자가 현실 정치에 가담해서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어떤 식으로 전개했는지 말하자면 성취와 좌절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플라톤이 시라쿠라에서 했던 일과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현재 구할 수 있는 책들을 보자.
크릴 <공자: 인간과 신화>
서구에서는 크릴의 이 책이 교과서로 쓰인다. 공자 사상의 배경, 교사, 학자로서의 공자. 철학자로서의 고도의 지혜를 가진 사람. 정치개혁자로서의 공자 등등 여러 면모를 다루고, 유교라고 하는 부분이 어떤 정도로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었가를 보고 있다. 학문적으로 공자를 읽고자 할 때 읽어보면 좋다.
그 다음에 공자 평전.
안핑 친은 예일대학 역사학교 교수인데 같은 학교 역사학과에 조너선 스펜스의 부인.
조너선 스펜스는 <천안문>, <현대 중국을 찾아서> 등 중국사에 관한 탁월한 저작을 남긴 사람.
공자 평전의 부제가 '권위와 신화의 옷을 벗은 인간 공자를 찾아서'이다. 이 책은 가장 최근에 나온 평전 중 하나로 가장 최근에 공자에 대해 발견된 자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분석적으로 이것을 많이 검토했고 공자의 일생에 대해서 냉정하게 문헌적인 전거를 두고 쓴 책으로 오늘 소개한 책 중 제일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여러번 읽어보는 것이 좋다. 공자 자신이 실수했을 때 어떠했는가, 고통을 당했을 때 어떠했는가를 볼 수 있다.
논어라고 하는 텍스트를 읽을 때는 성서를 읽듯이가 아닌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듯이 읽는다.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면서 읽을 필요가 없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람인가부터 알고 읽는 것과 마찬가지. 논어는 공자님이 기록한게 아니다. 이게 중요함 포인트다.
먼저 논어는 대화편이다. 이걸 염두해 두고, 공자님의 잠재적 청중을 고려해야한다. 공자와 제자의 대화, 제자는 여러명이다.
문제는 공자의 교육 원칙은 時敎. 때에 따라 가르친다. 상황에 맞춰, 사람의 수준에 맞춰 가르친다. 이를 시교라고 한다.
제자의 종류가 여럿이라는 것. 똑같은 말도 자로, 안회, 자공 각각 다르다. 각각의 제자들과 어떤식으로 대화를 했는가 대화의 패턴을 추적해야 한다.
공자와 공문(孔門). 공자와 공문이 대화하는 것과 공자의 제자들과 공문 외부인이 대화하는 것, 그리고 세번째로 제자와 제자가 대화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이 텍스트가 공자의 직전 제자가 기록한 것도 있지만 공문 안에는 아주 나이 많은 제자들도 있다. 그 제자들에게 배운 제자들도 있다. 이를 제전제자라고 한다. 공자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인 직전제자도 둘로 나뉘는데 선진, 후진이 있다.
일찌감치 공자의 문하에 들어온 사람을 선진, 나중에 들어온 사람을 후진이라고 부른다. 즉 선배 세계와 후배 세계가 있다. 공자님이 선생님 노릇을 오래해서 제자들의 연령 폭이 넓다. 대체로 보아서 후진에 속하는 제자들은 사회과학적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자공, 자로이 선진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증자, 유약, 유자는 후진에 속하는 사람.
논어에 '曾子曰'이 나오는데 증자의 제자들이 기록한 것.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공자님이 돌아가신 후 직전 제자와 제전제자가 모였다. 제전제자들 중에서 증자의 제자들이 잘나가서 논어에 증자의 말이 많다.
논어와 맹자는 아주 다르다. 맹자는 송나라에 와서야 경전으로 들어갔다. 논어라고 하는 텍스트는 맹자와는 다르게 상당할 정도로 현장감을 가지고 있고 텍스트 해석에 꽤나 우리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논어를 읽을 때 누구와 누구의 대화인가를 따져보고 읽어야 한다. 내용을 좋네 나쁘네를 따지지 말고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가, 공자님이 혼자 막연히 한 말인가 아니면 이 대화가 벌어지는 상황이 공자가 폼을 잡아야 하는 상화이신가 난감하신 상황이신가 이런 상황을 봐야한다.
<향연>이라고 하는 텍스트가 아테나이 사람들에게 주어졌을 때 향연이라는 텍스트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현재 죽었거나 망명해거나 다 알고 있는 그들의 만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은 것이다.
대화이기 때문에 맥락이 항상있다. 맥락을 잘 읽어야 텍스트를 잘읽는 것.
이제 논어 텍스트를 구체적으로 보자.
학이學而 제1(1-16)
위정爲政 제2(17-40)
팔일八佾 제3(41-66)
이인里仁 제4(67-92)
공야장公冶長 제5(93-119)
옹야雍也 제6(120-147)
술이述而 제7(148-184)
태백泰伯 제8(185-205)
자한子罕 제9(206-235)
향당鄕黨 제10(236-253)
선진先進 제11(254-278)
안연顔淵 제12(279-302)
자로子路 제13(303-332)
헌문憲問 제14(333-379)
위령공衛靈公 제15(380-420)
계씨季氏 제16(421-434)
양화陽貨 제17(435-460)
미자微子 제18(461-471)
자장子張 제19(472-496)
요왈堯曰 제20(497-499)
차례를 보면 논어는 20개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학이편부터 향단편까지를 10개 챕터로 대개 상편, 선진부터 요왈까지가 10개 챕터로 를 하편으로 나눈다. 신약성서 텍스트가 성립하기로는 마가복음이 제일 먼저 인데 성립 순서대로 편집되어 있지 않다. 논어의 챕터들도 씌여진 순서대로 편집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주의해야할 점. 다시 말해서 학이 편이 제일 먼저 쓰여져 있는 것이 아닌 것. 대체로 보아서 학이편부터 향당 또는 자로편이 있는 13편까지가 초기에 씌여진 앞선 문헌들이고, 헌문, 위령공, 계씨, 양화, 미자편이 그 다음 연대에 속하는 것이고, 자장이나 요왈은 아주 나중에 만들어진 문헌. 세대로 세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학이편부터 각각의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집약해서 보자.
학이편은 증자의 제자가 쓴 것으로 추측된다. 약간 내용이 딱딱하고 규칙에 관련된 얘기가 많다. 대개 공문, 공자 아카데미의 학적론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말하자면 생생함은 좀 떨어진다. 학이편을 보면 처음이 자왈 그다음이 유자왈, 증자왈 이렇게 되어있는데 자왈이 그리 많지 않다. 논어 전체를 보면 제자들의 말씀이 1/3이다.
오히려 제2편인 위정편에 공자님 말씀이 많다. 생생한 공자의 말씀을 보고자할 때는 위정편을 보는 것이 낫다.
팔일편은 공자 학당의 예와 악을 다루고 있다.
이인부터 공야장까지 보면 공자님이 고금의 인물을 비판하고 있고 옹야편을 보면 내용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반부가 자기 제자들에 대해서 평판을 다루고 있다. 그것도 두 세마디 걸러 안회를 칭찬했다는 것을 유념할 것. 그러다가 후반부로 가면 앞에 나오는 이인편과 같은 격언이있다. 위정부터 옹양편 이렇게 전반부까지 공자의 가르침에 가장 네이티브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윤색되지 않은 부분들이 여기 들어 있다. 학설로서 정립되지 않았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